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교육청 감사 하나마나, 유치원 고발건 살펴보니…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최동수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17개 시·도교육청 횡령 등으로 유치원 41건 고발·수사의뢰했지만… "법개정 필요"]

머니투데이

동탄 지역 학부모들로 구성된 동탄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평화 집회를 열고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이 감사를 실시해 횡령 등의 혐의로 유치원 설립자·원장들을 고발해도 현행법의 한계로 대부분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리 혐의로 고발돼도 실형은 고사하고 벌금조차 받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

22일 머니투데이가 17개 시·도 교육청 감사관실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비리유치원 감사공개 내용을 토대로 집계한 결과 최근 3년간(2015년~2017년) 교육청이 사립유치원 관계자를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한 건은 41건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6건 △경기 18건 △인천 2건 △대전 1건 △충북 1건 △대구 1건 △경북 1건 △부산 6건 △제주 3건 △강원 1건 △울산 1건 등이다. 나머지 교육청(세종·전북·전남·경남·광주)은 경찰·검찰 고발 건수가 없다고 밝혀왔다. 충남교육청 감사관실은 답하지 않았다.

각 교육청은 해당 유치원 관계자들에게 적용한 혐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횡령죄라고 밝혔다. 정확한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하는 죄(형법 제355조1항)다. 학부모 부담금이나 교육부가 교육청을 통해 유치원에 준 누리과정비 등 각종 지원금을 원장이나 설립자가 유용하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횡령죄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확인한 수사 결과는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되거나 재판까지 가더라도 선고유예에 그쳤다.

실제 서울 A 유치원 설립자는 2014년 사직서를 제출하고 원장직에서 물러나 더 이상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닌데도 1년 내내 판공비와 급여 등 7375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후 항고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A 유치원 설립자를 고발했지만 사법부로부터 '사인(私人)이 직접 운영하는 학교(유치원)는 횡령죄 적용 대상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일반인의 생각과 법리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B 유치원 이사장은 각종 학부모 부담금을 유치원 교비 회계가 아닌 개인 명의 계좌로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사장은 학부모 납부금 4756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받았고 이 중 3332만원을 비자금 계좌에 입금했다. 강원도교육청이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유치원 원장은 본인이 받은 보수에서 2015년 1080만원 등 총 1930만원을 이사장의 비자금 계좌로 다시 이체하기도 했다. 관련 재판은 진행 중이지만 이사장이 원장의 보수를 가로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검찰에서 이미 별도로 불기소 처분해 종결했다.

각 교육청이 고발 건에 대한 처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개별 건을 확인한 결과 벌금이나 징역형 등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일부 교육청이 공개한 수사의뢰나 고발 사안을 살펴보면 횡령 등의 혐의로 넘겨진 유치원 18곳 중 13곳의 관계자들은 모두 경찰이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재판에서 기각됐다.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설립자나 원장이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유치원 회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려면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립유치원을 꾸준히 감사해 온 김거성 전 경기교육청 감사관은 "현재 정부가 유치원에 주고 있는 돈은 '지원금' 명목이므로 이를 사적으로 유용하더라도 처벌하기 어렵다"며 "지원금이 (처벌 규정이 있는) 보조금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감사관은 또 "교육청 감사관실에서는 강제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유치원 원장·설립자의 계좌 추적이 가능한 검찰, 국세청 등과 협업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서민선 인턴기자 seominsun@hanmail.net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