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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신상공개된 잔혹범들 “국민의 알권리”vs“무죄추정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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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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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의 신상정보가 22일 공개되면서 신상정보 공개 기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이날 경찰은 김씨가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될 때, 그의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그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김씨의 얼굴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라는 글이 쏟아졌다.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처벌을 받으라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경찰이 김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한 데엔 이같은 국민적 공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0년부터 선별 공개…논란은 8년째
경찰은 2010년부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을 근거로 중대 사건의 피의자 신상을 선별 공개하고 있다. 피해자 신상을 공개한지 8년이 지났음에도 신상공개에 대한 찬반의견은 여전히 나뉘고 있다.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법적 기준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을 꼽는다.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이후 경찰은 여론이 들끓는 잔인한 사건의 경우 수사 단계부터 피의자 신상을 공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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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손님과 말다툼 끝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변경석이 지난 8월29일 오후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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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호순, '어금니 아빠' 이영학 등
지난 8월 손님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살해한 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근처에 시신을 유기한 변경석(34),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올해 1월 국내에 송환된 김성관(35)도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해에는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납치하고 살해한 뒤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한 후 목 졸라 살해한 심천우(32)의 신상이 공개됐다.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2010년 여중생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 얼굴을 공개한 바 있다. 2012년 발생한 수원 토막 살인사건 피의자 오원춘(47)도 이름과 얼굴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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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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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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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신상을 낱낱히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반면,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판결이 나기 전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데다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판결 전 신상공개, 무죄추정에 위배”

지난 2006년 제주도에서 살인·방화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 뒤 실명이 공개된 20대의 경우, 최종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강서구 PC방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 신상공개 후에도 일각에선 '얼굴을 공개해서 뭐하겠다는 거냐’, ‘김성수 잘못을 비호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의 인권이 있는데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나' 등의 의견이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피의자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신상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피의자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가족이나 지인 등도 신상이 공개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이 2016년 경기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의 얼굴과 성명을 공개한 뒤 네티즌들이 조씨의 가족이나 옛 여자친구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 퍼뜨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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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피의자 조성호(30)가 2016년 당시 경기 안산시 방어머리 선착장 인근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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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정보 공개 기준 자체가 모호해 적용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 위원회의 공개 기준이 분명하지 않고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전적으로 수사기관에 맡겨져 있다 보니 공개여부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기준 모호해 일관성 없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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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봉이 현장검증을 위해 2016년 6월 서울 수락산 등산로 범행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2016년 '수락산 살인' 피의자 김학봉(61)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지만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김씨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피의자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지만 공개 여부는 나뉜 것이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지난해 경찰은 7명으로 구성된 각 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 위원 가운데 외부전문가 수를 최소 3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신상 공개 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장은희 기자 jang.eunhe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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