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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140만 '트랜스젠더' 법에서 지우려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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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美복지부, 민권법 내 성의 의미 재정의해 '출생시 생물학적 특성'으로만 구분 추진]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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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0만명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미국 행정부가 연방 민권법에 담긴 '성(gender)'의 의미를 축소해 사실상 이들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어서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미 보건복지부 문건에 따르면 복지부는 성별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 민권법 '타이틀 나인(Title IX)'에서 정의하는 성을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변경할 수 없는 생물학적 조건을 가진 이'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출생시 생식기 등 생물학적 특성만으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 트랜스젠더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는다. 올 연말쯤 법무부가 이같은 해석이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해 승인되면 내년부터 민권법에서 트랜스젠더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NYT에 따르면 복지부는 문건에서 다른 정부기관들도 '확실하고 과학에 기반하며, 객관적인 생물학적 기준에 따른' 분명하고 통일된 성 정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성에 관한 논란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메모는 지난 봄 이후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민권법에 따라 보호받던 트랜스젠더를 제외하는 가장 과감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은 "미국 인구의 0.7%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한 관용과 평등의 가치가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 내 트랜스젠더는 약 14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하면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들이 법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게 되면 수많은 의료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 성 전환 수술 후 필요한 호르몬 치료, 성형 수술, 정신과 상담 등 수천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고액의 의료행위가 전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 '미용' 목적에 따른 것으로 분류돼 의료보험의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전 행정부가 허용했던 트랜스젠더 군 복무 허용 방침도 부분적 허용으로 제한했고, 이들이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연방정부 지침도 폐기한 바 있다. 이미 몇몇 주에서는 학교, 감옥, 노숙자 쉼터 등에서도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인구 조사에서도 성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삭제하려고 시도했다.

미국 내 트랜스젠더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등은 NYT의 보도 이후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한 국가센터의 마라 케이슬링 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그들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고, 수백명의 인파가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지워지지 않을 것(#WontBeErase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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