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17.쓰레기로 제품 만드는 '져스트프로젝트' 이영연 대표
과자봉지, 일화용 빨대, 플라스틱, 헌 티셔츠, 신문지, 버려진 현수막 등을 이용해 가방과 지갑, 열쇠고리 등을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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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열린 ★테드엑스 인천유(TEDx IncheonU)에서 ‘별 볼 일 없는 쓰레기에 생명을 불어넣자’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영연 져스트프로젝트 대표의 첫 마디는 반전이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고했던 신념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고백하는 창업가라니. 단박에 청중의 관심이 그의 입으로 집중됐죠. 친환경 업사이클링 분야에서 지난 5년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이씨는 이날 강연에서 그 어떤 확고한 신념도 하루아침에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자신의 삶을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영연 져스트프로젝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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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오래된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선물을 받으면 포장지나 박스를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즐겼죠. 그림을 그리거나 손으로 뭐든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레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광고디자인회사·문구디자인회사·패키지디자인회사 등을 거치며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디자이너로 사는 동안 늘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고민했죠.
“제 일의 방향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사회적·환경적 책임이 있다’는 국민대학교 윤호섭 명예교수님의 가르침은 제 삶의 떠나지 않는 지표였어요. 또, 일본의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라는 책을 읽은 후 디자이너로서 환경과 사람, 일과 태도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6개월짜리 짧은 프로젝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져스트프로젝트’는 디자이너 10년 차 서른한 살의 그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어요. 져스트프로젝트는 주로 패션소품·생활소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회사인데요. 일반적인 디자인회사들과 다른 점은 바로 제품의 소재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헌 옷과 일회용 빨대, 과자 봉지 등 다양한 쓰레기들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내요.
‘내가 거짓말을 했구나’ 스스로 팩트체크
그동안 져스트프로젝트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착한 제품, 건강한 소비, 쓰레기를 줄이자’ 같은 말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표현들을 깡그리 부정하게 되는 계기가 찾아왔죠. 2016년 그래픽 디자이너인 친구와 함께했던 한 매체 인터뷰였어요.
지난해 9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참가 당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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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계기로 이씨는 자신의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자신이 하고 다녔던 말들이 맞는 말인지 팩트체크(fact check)를 시작했어요. 논문이나 기사도 찾아보고 환경부 연구자료와 각종 통계자료 등 틈나는 대로 찾아봤죠. 그렇게 검증을 통해 내린 결론은 '전부 거짓말'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지난해 삼성디자인교육원을 방문해 져스트프로젝트의 작업에 대해 소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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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져스트프로젝트의 슬로건은 ‘We make products by our trash(우리는 쓰레기로 제품을 만듭니다)’와 ‘It is trash, but treasure to me(그것은 쓰레기지만 제겐 보물입니다)’로 달라졌습니다. 그는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게 이렇게 확 바뀔 수 있다. 앞으로도 언제든 도전받는 상황이 또 닥칠 것이다. 자신의 신념이 영원불변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상황은 계속 바뀔 수 있고 우리는 계속 공부하고 배워나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버려진 티셔츠를 손베틀로 직조해 만든 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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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만드는 일 외에도 져스트프로젝트가 하는 일은 다양합니다. 전시와 워크숍 진행, 쓰레기를 소재로 하는 일에 대한 컨설팅을 하거나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일도 하죠. 최근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쓰레기』라는 계간잡지 발행에도 성공했어요. 지난 8월 창간호를 펴냈고 지금은 관련 전시와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올해 안에 2호를 발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잡지 『쓰레기』 창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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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4년차이던 지난해부터 져스트프로젝트는 더 많은 도전과 성취를 이뤘는데요.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과자전에 참가했고 9월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참가해 ‘재료상점·‘팝업상점’을 두 달간 운영했어요.
유리로 된 쓰레기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이 사진으로 마스킹테이프를 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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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종류가 곧 진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로는 평생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늘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것 먹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테드엑스(TEDx) : 테드(TED)는 기술(Technology)·오락(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을 합친 말로, 각 분야의 명사들이 참여하는 강연회이자 이 강연회를 주최하는 미국 비영리재단의 이름이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으며, 강연 영상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테드엑스(TEDx)는 미국의 테드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여는 행사다. 인천시민들과 함께하는 테드엑스 인천유( 인천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강연 동아리에서 출발했다.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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