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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집 OO억에 내놓으시죠”…훔친 정보로 시세조작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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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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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묶음...1000만원 넘기도

보조원 고용해 집주인 호가 유도

강남 등 허위매물 양산, 시장왜곡

비싸게 팔면 불법 성과금도 챙겨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이 집주인들의 개인정보를 통으로 사들여 불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 거래는 그 자체로 불법인데다, 이렇게 유통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불법적으로 고용한 보조원을 통해 허위매물까지 양산하고 있다. 역시 불법인 거래성사 성과금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이른바 ‘오더(order)’라고 불리는 개인정보 묶음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넘는 가격에도 거래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의 R공인중개사는 “오더에는 집주인들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이 다 들어있는데, 텔레마케팅처럼 중개보조인들이 집주인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것을 ‘오더 작업’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치열한 중개시장에서 들어오는 매도 매수 요청만 받아서는 살아남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거래를 창출하기 위해 오더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특히 오더 거래가 활발한 곳은 강남의 새로 입주하는 단지 주변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ㆍ강동ㆍ서초ㆍ송파)의 입주 물량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3만가구나 된다. 연간 1만5000가구 규모로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많고, 10년여만에 최대 물량이다. 입주가 몰려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의 각축이 치열하다.

올해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의 G공인 중개업자는 “재건축을 하기 전 가락시영에 공인중개업소가 50여개 있었는데 지금은 250여개나 된다”며 “새로 생긴 200여개 업체들이 집주인에 대한 정보 등 아무 영업 기반 없이도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더를 사서 들어오기 때문”이라 말했다.

11월 입주를 앞둔 동작구의 아크로리버하임은 1073가구 단지인데,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매매와 전월세를 포함해 매물이 1164개나 올라와 있다. 하나의 물건을 여러 공인중개사가 올려 중복된 건수가 많기도 하지만, 허위 매물이 다수 끼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일대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흑석동에서 10여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B공인중개사는 “오더 작업을 통해서 집주인 허락도 없이 올려놓은 허위 매물도 많다”며 “집주인이 모르고 넘어가면 그냥 두는 거고, 알고 항의하면 내려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인정 작업’이라 불리는 시세조작 역시 오더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인정 작업’이란 시세보다 수천만 원 더 높은 값에 팔아줄 테니 집을 내놓으라고 집주인에게 제안해, 올라간 집값 중 일부를 중개업자의 수고로 인정받아 수수료로 더 챙기는 것을 말한다. 법정 중개수수료율을 위반한 불법 거래지만, 집주인과 공인중개사가 입을 맞출 경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이다.

B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적은 상태에서는 한두개 매물이 시세를 좌우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저 가격에 거래가 되나’ 싶은 매물이 올라올 때가 있다”며 “시장 심리가 과열되면 해당 가격에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해서 시세가 상승한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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