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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막연한 두산 따라하기 '마스터 플랜'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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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1일 잠실구장에서 2015 KBO리그 LG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다. 넥센 염경엽(오른쪽) 감독이 경기 전 LG 차명석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두산은 KBO리그 9개 구단 프런트 사이에서는 ‘국민구단’이다.

KT가 두산 이강철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내정하면서 각 팀의 기조가 ‘두산 따라하기’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두산 한용덕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영입한 한화는 올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다. 짧은 가을잔치 경험으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포스트시즌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내부평가가 나온다. 지방구단 고위 관계자는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는 두산 조수행의 말이 팀 문화를 대변한다. 아무것도 아닌 얘기 같지만 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꽤 무서운 이야기”라고 밝혔다. 두산의 시스템을 이식해 강팀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두산이 지금의 ‘왕조’ 체제를 준비하는데 10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KS)에서 뒤집기 패배를 당한 뒤 장기적 안목으로 팀 재건을 시작했다. 2013년 KS 준우승으로 방향성 점검을 마친 두산은 2015년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시작해 KS 우승 트로피를 거머 쥐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굳혔다. 11년 전 ‘육상부’를 시작으로 2008년 ‘화수분’이라는 색깔을 덧대 왕조에 이르기까지 프런트 핵심 관계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프런트 맨파워로 선수단 체계를 구축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지금 1군 주축 선수의 90%가 미야자키 교육리그 출신이라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프로야구 제10구단 KT 위즈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이숭용 코치가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애리조나 캠프로 출국하기 전 다른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올해 교육리그는 KS에 대비한 실전 적응훈련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김재환과 양의지, 김재호, 오재원, 박건우 등 현 주축 멤버 대부분이 저연차 시절 교육리그에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김 단장은 “어떤 자세로 교육리그를 치르는지도 중요하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설렁설렁하는 모습을 보면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프런트에서도 따끔한 조언을 할 때가 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빚어 적재적소에 활용할지를 두고 현장, 프런트 구분없이 한 마음으로 임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십 수 년간 쌓인 전통은 구단 운영 노하우이자 강력한 힘이 됐다. 각 구단이 따라가야 할 핵심이 여기에 있다.

안타깝지만 최근 선수출신 단장을 앞다투어 영입한 구단들은 ‘육성’을 첫 번째 기조로 내세운다.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번지르르한 2군 전용구장 보유 등 겉으로 보이는 요소만으로 성적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없다는 것은 이미 LG와 롯데가 증명했다. KT도 뚜렷한 지향점 없이 막연한 ‘전문성 강화’를 부르짖으며 이 대열에 동참했다. 5년 이상 길게보고 일관성있게 팀 운영방식을 끌고가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견고하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선수 출신 단장의 성패를 떠나 그룹과 구단 스스로 긴 안목으로 마스터플랜을 세웠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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