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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파일] '비질런트 에이스' 취소·조정 소동…남은 훈련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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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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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 여부를 놓고 좀 시끄러웠습니다. 약간의 소동 끝에 올해 남은 두 달여의 군 주요 훈련 일정들이 싹 정리됐습니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한미 전투기들의 대규모 훈련을 대체하는 대안을 찾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5월 이후 중단됐던 한미 해병대의 케이맵(KMEP) 훈련은 보름 뒤인 11월 5일 재개됩니다. 한국군 단독의 호국 훈련과 태극 연습은 10월 말부터 예정대로 실시됩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훈련은 역시 비질런트 에이스입니다. 작년 12월 비질런트 에이스에는 F-22, F-35 등 미군 스텔스 전투기 24대와 전략폭격기가 참가해 유례없는 대북 압박을 했습니다. 올해 비질런트 에이스는 12월 초로 잡혔었는데 한미 공군이 함께 훈련을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방도를 강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미 해병대의 대대급 훈련인 케이맵은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무기한 연기됐었는데 재개됩니다. 해병대는 내년에 케이맵을 24회 실시한다고 국감에서 밝혔는데 미국의 회계연도가 10월에 시작함에 따라2019년도 1차 훈련 개시가 보름 뒤인 11월 5일입니다. 호국 훈련과 태극 연습도 하느냐 마느냐 말이 많았는데 방향이 잡혔습니다.

대규모 연합훈련은 자제하고 중소 규모 연합훈련과 한국군 단독 훈련은 하겠다는 겁니다. 한미 공군이 대규모 대북 공습 훈련은 하지 않는 것으로 북한의 면은 세워주되 최소한의 대비태세와 연합작전능력은 유지하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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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국방장관 회담…정경두 장관의 인상적 데뷔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계획도 논의됐습니다. 뜻밖에도 미 측이 훈련을 유예하자는 제안을 먼저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측이 훈련 유예를 요구하고 미 측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다가 합의하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한미가 이번에는 반대로 행동했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기습적 제안에, 정경두 장관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전문가적인 대안을 내놨습니다. 아예 취소하지는 말고, 북미의 외교적 협상을 군사적으로 뒷받침은 하되 한미 연합 대비태세도 유지하는 차원에서 변형된 방식으로 훈련을 해보자는 겁니다. 한미 전투기들이 멀리 떨어진 공역에서라도 데이터 링크 같은 항전 장비를 이용해 손발을 맞춰 보자는 제안입니다.

매티스 장관은 흔쾌히 동의했다고 합니다. 매티스 장관은 해병대 출신이고 정경두 장관은 공군 출신입니다. 정 장관의 역제안이 먹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달 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군사위원회(MCM)와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 방안이 최종 확정됩니다.

● 한미의 뒤바뀐 '연합훈련' 입장

미국이 먼저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제안한 것도 이색적이고 우리 측이 역제안을 한 것도 의외입니다.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측의 의도에 대해서는 "미국이 종전선언, 제재 일부 해제 등 북한이 요구하는 바를 하나도 안 들어줬으니 연합훈련 유예로 선물을 줬다"는 관측이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북미 협상은 비건-최선희의 실무협의 일정도 못 잡을 정도로 조금 난항입니다.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가 북미 실무협의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겁니다.

우리 국방부는 왜 미 측의 유예 제안을 훈련 조정 역제안으로 응수했을까요?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취소냐 실시냐 두 가지 길만이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대비태세도 유지하고 외교적 지원도 할 수 있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와 조율은 했는지, 국가안보회의 NSC에서 논의는 했는지 등의 의문도 생깁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어디에 물어보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 "미 측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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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되는 케이맵과 태극·호국훈련

한미 해병대의 대대급 연합훈련 케이맵은 을지프리덤가디언과 함께 지난 6월부터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북한은 미군 유해 공동발굴을 추진하고 한미는 연합훈련을 유예하는, 신뢰 구축을 위한 맞교환을 한 겁니다.

을지프리덤가디언이야 이미 계획된 날짜가 지나서 자동 취소가 됐는데 케이맵은 1년 내내 하는 훈련이어서 언제 재개할지가 관심이었습니다. 10월에 개시하는 미국 회계연도에 따라 2019년도 1차 케이맵이 11월 5일 실시됩니다. 반년 만의 재개입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또 유예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국방부 관계자는 어제(21일)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크게 반발하지 않는 중소 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은 하기로 한 모양새입니다. 사실, 지난 17~18일 양일간 동해에서는 한미 해군의 소규모 해상기동 연합훈련도 했습니다.

한국군 단독의 태극연습과 호국훈련도 예정대로 이달 말부터 실시한다고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태극연습은 전투 절차를 숙달하는 지휘소 훈련이고, 호국훈련은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병력과 장비가 실제로 움직이는 실기동 훈련입니다. 남북 간 군사 합의와 한미연합훈련 연기로 제기된 '대북 전력 약화' 비판에 군이 명분과 실리를 함께 쫓으며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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