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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장24] 나무 합판 놓고 '대테러 훈련'...놀이터보다 못한 특공대 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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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장24'입니다.

우리 바다에서 긴박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출동하는 대테러 조직이 있습니다.

바로 해양경찰 특공대인데요.

전국 5곳에서 훈련하며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YTN 취재 결과, 부산과 경남, 울산 해역을 담당하는 남해 해경 특공대는 나무 합판으로 훈련장을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새로운 훈련장 건립 계획이 마련돼 있지만, 예정부지가 주택가에 둘러싸인 곳이다 보니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데요.

이 문제 취재한 기자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차상은 기자!

해경 특공대의 훈련장 문제, 어떻게 취재하게 됐습니까?

[기자]

얼마 전 부산 영도구의 주민들이 YTN으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우리 마을 한가운데에 대테러 훈련장이 들어오려고 하는데,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취재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특공대 훈련장이 예정된 부지를 가보니 주택가에 실제로 둘러싸인 곳이었습니다.

주민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해경 특공대가 현재 어떤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는지, 반대 주민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훈련 현장을 찾아 가봤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훈련장은 대테러 조직의 시설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앵커]

네, 그러면 차상은 기자의 리포트부터 먼저 보시고, 자세한 이야기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각종 장비로 무장한 해경특공대원들이 테러 상황을 가정해 선박 진입 훈련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훈련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선박 내부를 표현하기 위해 합판으로 벽을 만들었지만, 손으로 밀면 쓰러질 정도로 빈약합니다.

이마저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는 무용지물이 돼 훈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경 선박을 수리하는 정비창에서 더부살이하는 신세이다 보니 제대로 된 훈련하기가 힘든 겁니다.

해경은 학교 이전으로 비어있는 옛 해사고등학교 부지에 정식 훈련장을 만들고, 2020년까지 특공대를 이전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습니다.

새로 지을 훈련장 주변의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해경특공대 훈련장 예정부지는 이처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택가와 맞닿아 있습니다.

산을 끼고 있는 남서쪽을 제외하면 3면이 주택과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실상 주거지역 한가운데에 특공대 훈련장이 들어서는 셈인데, 주민들은 훈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실탄을 포함한 장비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특공대 이전 계획 초기에는 대테러 훈련장이 아닌 해경의 교육시설이 들어선다고 주민들에게 알려진 점도 반발을 키운 이유로 꼽힙니다.

[한구영 / 해경특공대 훈련시설 반대대책위원장 : 군사시설이 들어오면 주민들이 반대할 것이 뻔하니까 공청회도 없이 해경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입니다.]

해경은 "방음 시설이 갖춰진 실내에서만 사격 훈련이 진행되고, 헬기 훈련 등은 해상에서 이뤄진다"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소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화약고와 무기탄약고를 설계에서 제외하고, 운동장 등 일부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반대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훈련장이 절실한 해경 특공대와 삶의 터전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공생할 방법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차상은[chase@ytn.co.kr]입니다.

[앵커]

해경 특공대 훈련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열악해 보이는데요.

나무 합판으로 어떻게 훈련을 할 수 있습니까?

[기자]

남해 해경 특공대가 실제 훈련에 사용하는 시설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바로 시커멓게 칠한 나무 합판들이 해경 특공대의 핵심 훈련 시설입니다.

테러리스트가 우리 선박을 피랍 한 상황을 가정했을 때, 바로 이 합판들이 선박의 내외부 벽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편이 훤히 보일 정도로 높이가 낮은 것은 물론이고, 손으로 밀면 넘어질 정도로 조악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선박 내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보니 실전과 같은 훈련은 당연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마저도 비바람이 강한 날에는 합판이 넘어지기 때문에 훈련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창고 시설도 부족해서 컨테이너를 가져다 쓰는데, 폭발물 분석 같은 연구실도 컨테이너 구석에 있고, 잠수와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각종 장비도 컨테이너에 보관할 정도로 모든 시설이 열악합니다.

[앵커]

테러리스트에 맞서는 특공대의 훈련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네요.

그래서 해경이 특공대 훈련장을 새로 짓기로 계획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면서요?

[기자]

네. 보신대로 특공대 훈련장이 너무 열악하다 보니 남해해경은 제대로 된 훈련장을 만들기로 하고 연말쯤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부산 영도구에 있는 옛 해사고등학교 부지를 특공대 훈련장으로 활용하기로 한 건데요.

문제는 훈련장 예정부지가 주택과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곳이라는 겁니다.

훈련장 이전 계획은 최근에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닙니다.

이미 2014년부터 진행돼온 것입니다.

그런데 주민 대부분은 특공대 훈련장이 아닌 해경의 교육시설이 들어선다고 알고 있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해경은 사업 계획 초기부터 특공대 훈련시설이 포함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고 하는데, 주민들은 알지 못했다고 하고, 입장 차를 좁힐 수가 없는 겁니다.

주민들은 조용했던 마을 한가운데에서 각종 무기를 갖춘 특공대가 대테러 훈련을 벌인다고 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한 주민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수화 / 해경특공대 훈련장 반대 주민 : 이 주위에 아파트 있지요. 주택 밀집지역입니다. 그리고 옆에 어린이집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로 붙어 있습니다. 이런 곳에 특공대 훈련장이 들어와서 폭약을 터뜨리고, 대테러 작전(훈련)을 할 때 이 훈련 자체가 주민들에게 상당히 위협을 주고, 시끄러운 소음을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보고 (반대합니다.)]

주민들은 훈련장 이전 계획 백지화를 주장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공사를 시작할 경우 물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중재가 없다면 해경과 주민들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

해경 입장에서는 특공대 훈련장은 꼭 필요한 시설인데,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네, 해경은 특공대 훈련 과정에서 소음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실전에서 사용하는 탄약이 아니라 소리가 작은 훈련용 탄을 사용하고, 최신 방음 기술이 적용된 실내 훈련장이라 소음이 밖으로 새어나갈 수도 없다는 겁니다.

그래도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배려해 화약고와 무기탄약고를 훈련장에서 빼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운동장과 헬스장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숙박이 가능한 시설 일부도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편의도 제공하겠다고 해경은 밝혔습니다.

주민들에게는 기존에 없던 편의시설이 생기는 셈이지만, 특공대 훈련장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강하다 보니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해경이 특공대 훈련장 공사를 강행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지역 주민의 생활 터전 한가운데에서 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갈등 없이 훈련에 집중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하루빨리 양쪽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차상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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