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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민영기업 달래기' 급한 시진핑..."중국식 자본주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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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책사 류허도 "국진민퇴 문제 없다" 기업인 우려 진정 안간힘
올들어 40개 민영 상장사 국유화...SCMP "중국식 자본주의 위기 처했나"
류허 "국유자본 민영기업 지원은 상호 협력...기업 좋아지면 국유자본 떠날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민영기업 불안 달래기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은 ‘1만 기업 1만 마을 돕기’ 운동으로 표창을 받은 민영기업가에게 지난 20일 보낸 회신에서 "민영경제를 부정하거나 약화시키는 어떤 말이나 행위도 모두 틀렸다"고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지난달 27일 랴오닝(遼寧)성에 있는 국유기업 ‘중국석유 랴오양 석화공사’를 시찰하면서 "당의 국유기업에 대한 영도 견지가 일관돼야 한다"며 "국유기업을 의심하거나 쇠퇴할 것이라는 생각이나 말 모두 틀렸고 일방적인 것"이라고 강조한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시 주석은 같은 날 민영기업 중왕(忠旺)을 찾아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민영경제의 발전을 격려하고 지지하고 이끌고 보호할 것"이라고 해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모두를 발전시키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반복했었다.

조선일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9월 27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랴오닝성의 민영기업 중왕을 찾아 민영기업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화망


그날 저녁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총서기가 한마디로 최후의 결정을 내렸다. 민영기업을 둘러싼 무의미한 논쟁은 끝나게 됐다."는 평론을 올렸다. 무의미한 논쟁은 올들어 불거진 ‘사유제 소멸론’ ‘사영경제 퇴장론’ ‘민영기업 지배구조 민주화론’ ‘민영상장사 국유화론’을 의미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20일 민영기업을 달래는 한마디를 더 해야했다. 중국에서 국유기업은 약진하고 민영기업은 후퇴한다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우려가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엿보게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민영기업 달래기 발언이 공개된 시점이 3분기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1분기(6.4%)이후 최저수준인 6.5%로 둔화됐다고 발표된 직후라는 점에 주목했다. 민영기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중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의 회신은 지난 10월 ‘1만 기업 1만 마을 돕기’ 운동으로 표창을 받은 민영기업인이 시 주석에게 이 운동 참여 소감과 빈곤구제에 대한 결심을 보여주는 서신을 최근 보낸 데 대한 답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어떤 기업인이 보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회신에서 "개혁개방 40년 경제사회발전의 중요한 역량으로서 민영경제의 역사적 공헌은 불멸"이라며 "민영경제의 지위나 역할에 의심을 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영기업 발전을 지지하는 게 당 중앙의 일관된 방침으로 한치의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많은 민영기업인이 시대의 큰 흐름을 장악해 발전에 대한 신심을 견지하고 전력을 다해 혁신 창조를 하고 기업을 잘 경영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는데 더 큰 새 공헌을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부총리도 민영기업 달래기에 연이어 나섰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우려가 겹쳐 상하이종합지수가 2014년 11월 이후 처음 2500선이 깨진 다음날이자 중국 3분기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흘러난 19일 류 부총리는 인민일보 신화통신 CCTV와의 공동 인터뷰를 통해 시장의 불안 심리 진정에 주력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나온 5가지 질문 중 2개가 민영기업 불안을 다룬 내용이었다. "민영기업의 발전이 없으면 전체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도 없다"고 강조한 류 부총리는 "민영기업에 대출하는 게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인식과 행위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류 부총리는 특히 "국진민퇴론은 단편적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민영기업이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국유기업과 국유은행이 구조조정을 돕는 것은 상호 협력하는 좋은 일이지 국진민퇴 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민영기업 경영이 좋아지면 국유자본은 퇴출될 수 있다"고도 했다.

조선일보

류 부총리의 발언은 올들어 중국 증시가 20% 이상 빠지는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주식 담보대출을 받은 민영 상장사들의 주인이 국유자본으로 바뀌는 사례가 늘자 불거진 국진민퇴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19일 기준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3571개사 가운데 주식담보대출을 받지 않은 곳은 86곳에 불과했다. 작년말 기준 중국 증시 상장사중 민영기업 비중은 수량으로는 61%, 시총기준으로는 35%에 달했다.

관영 중국 증권보는 지난 19일자 ‘백의의 기사 국유자본이 천억위안대 자금으로 일치단결해 어려움을 극복한다"며 베이징 선전 광저우 둥관 등의 지방정부가 주식담보대출로 어려움에 빠진 민영상장사에 도움을 주는 사례를 전했다. 중국증권보는 지난 16일까지 올들어 민영 상장사의 지배주주가 국유자본으로 바뀐 곳은 40곳으로 이 가운데 16건은 9월이후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오상증권의 장샤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백의의 기사로 변신한 국유자산이 상장사에 도움을 주는 건 주식담보대출 리스크 누적, 부채 디폴트 리스트, 민영기업 실적 악화 등 3대 원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제너럴모터스(GM) 등 위기에 처한 일부 대형 민간기업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한 사례가 있어 중국의 재 국유화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SCMP는 류 부총리의 발언이 있던 다음날인 20일 ‘중국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게 됐나’란 제하로 민영 상장사의 국유화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자본주의 실험지 선전시의 정부가 재(再)국유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최소 100억위안에 이르는 기금을 동원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민영상장사 지분을 매입하거나 대출을 통해 구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민영기업 추가 달래기 발언이 공개된 것은 류 부총리의 언급에도 잦아들지 않은 이같은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세계 최장 해상 대교(大橋)인 중국의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개통을 이틀 앞둔 22일 열리는 제막식 참석을 위해 광둥(廣東)성을 방문한다고 SCMP가 보도했다. 총연장 55㎞의 강주아오 대교는 광둥성 주하이(珠海)와 홍콩 마카오를 잇는다.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중국 정부의 '웨강아오(粤港澳⋅광둥 홍콩 마카오) 대만구(大灣區)' 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광둥성은 중국에서 민영기업이 발달한 곳이자 최대 수출기지로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은 당 총서기로 취임한 직후인 2012년 12월 선전(深圳)을 시찰한 지 6년만에 광둥성을 다시 찾게 됐다. 올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해로 광둥성은 개혁개방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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