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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인싸 되려면 이것 사라"… 과도한 마케팅에 속타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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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인싸 논란] 인싸 이용한 마케팅 눈쌀

‘아싸들아 들어봐 이건 정말 쉬운 얘기야

너네 언제까지 그렇게 남부러워하며 살래

엄마한테 물어봐 나 아싸해도 될까 엄마?

아싸라비야 뺨 날아간다 잘나가는 인싸 돼’

가수 유재필이 지난달 출시한 노래 ‘인싸 되는 법’의 가사 일부이다. 유재필의 노래처럼, 최근 청소년 및 청년층을 중심으로 조직이나 또래 집단의 인사이더(insider), 이른바 ‘인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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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필 무대.KBS 뮤직뱅크 캡처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아웃사이더(outsider, ‘아싸’)와는 다르게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처럼 인싸 특유의 적극성, 사교성, 개그 센스 등을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있지만, 인싸-아싸로 나누는 이분법적 분위기와 과도한 인싸 마케팅이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지갑을 여는 마법의 단어 ‘인싸’

초등학교 6학년생 자녀를 둔 직장인 박모씨(42)는 최근 아이의 행동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아이가 어느 날부터 인싸가 되고 싶다며 ‘JMT(존맛탱, 아주 맛있다는 뜻)’ ‘렬루(Real로, 진짜로)’ ‘누물보(누구 물어본 사람의 준말)’ 등 줄임말을 심하게 쓰더니 값비싼 가방, 화장품, 문구류 등을 ‘인싸템’이라며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는 것. “이미 가진 것이 있지 않느냐”고 아이를 달래 봐도 소용없었다고 했다. 박씨는 “혹시라도 아이가 반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을까 봐 어쩔 수 없이 사주게 된다”며 “인싸 문화가 아이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몰랐니?” 불안감 조장하는 인싸 마케팅

실제 온라인 쇼핑몰 및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선 제품 광고에 ‘인싸’ ‘인싸템’이란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인싸템은 인싸와 아이템(물건)을 합친 말로 인싸들이 쓰는 물건이란 뜻이다.

인싸템 광고가 청소년들의 소속 심리와 불안감을 건드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 페이스북에서 인싸템을 검색해 나온 광고들을 살펴봤다. ‘요즘 인싸템... 아직도 없으신 분?’ ‘쓰자마자 인싸 되는 인싸템’ ‘인싸라면 이것쯤은 있어야지’ ‘이거 없으면 아싸 아님?’ 등의 문구가 주를 이루었다. 인싸가 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해당 제품이 없으면 아싸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뒤처질까 두렵다’ 또래문화에 기인한 인싸템

고등학생 김모씨(17)는 최근 당근 모양 볼펜을 구매했다. 이미 다른 볼펜이 많이 있었고, 자신의 취향도 아니었지만 친구들이 다들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구매했다고 한다. 그는 “친구들이 다 있어서 나도 그냥 샀다”며 “잘 쓰진 않지만...나만 없어서 소외되는 느낌이 드는 것보단 낫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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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볼펜.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유성렬 천안대 교수는 자신의 2012년 책 <청소년의 또래문화,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에서 “청소년은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보다 친구와의 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또래 문화의 특성은 집단의 학교 내 지위는 학생들 사이에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며 또래 집단 구성원의 유사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전염효과’를 들었다. 이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혼자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집단 구성원으로서 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인싸-인싸템 문화가 또래 문화에 기인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친구에게 과시하거나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싸가 되려 애쓰는 청소년-청년이 적지 않은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인싸템, 부모의 새 등골블레이커로 등극하나

인싸템 중에는 턱 없이 고가이거나, 실용성 없이 유행만 좇는 제품도 많다. 한창 ‘등골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정도로 비싼 제품)’로 이름을 날렸던 값비싼 패딩도 원조 인싸템의 하나로 분석된다. 지난 2011~2012년 노스페이스 패딩이 ‘준교복’ 취급을 받으며 전국 청소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만원대는 ‘찌질이’, 70만원대는 ‘대장’ 등 가격에 따라 계급도까지 등장하며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최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 브랜드 롱패딩들은 30만원을 훌쩍 넘는 제품이 부지기수다. 부모들은 높은 가격에 난색을 보이면서도 자녀가 혹시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을까 사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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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를 입은 학생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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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딩 부대.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업계 한 관계자는 “자녀들은 이왕이면 비싼 것을 사달라고 부모에게 조르고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 기를 살려준다고 무리하기 때문에 등골이 휘어진단 말이 나왔다”며 “또래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비싼 제품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은근히 많다”고 꼬집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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