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공익 없고, 직업윤리 위반” vs “너무 잔인해 용기”…남궁인 공개 놓고 찬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토리함께] PC방 살인사건 파문 관련 피해자 정보공개 논란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 응급담당의였던 남궁인 교수가 당시 상황과 피해자의 참혹한 모습을 상세히 인터넷에 공개한 것에 대해 의료인의 직업윤리 및 환자정보준수 의무 위반 여부 등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의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정보공개의 공익적인 목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거나 “명확한 공론화 지점을 읽어내지 못했다”며 “이는 명백한 의료윤리와 의무의 위반”이라고 남궁 교수의 행위를 비판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너무 잔인한 경우로,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의무를 넘어서서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남궁 교수는 앞서 지난 19일 끓어오르는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과 함께 피해자의 참혹한 모습 등을 공개해 국민적인 공분을 자아낸 바 있다.

세계일보

윤현배 교수. 페이스북 캡쳐.


◆윤현배 “공익적인 목적 찾기 어려워…의료윤리 및 환자비밀준수 위반”

윤현배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에 있었던 끔찍한 PC방 사건의 피해자를 응급실에서 진료했던 남궁인 전문의가 당시 환자의 상태와 진료 내용에 대한 상세한 글을 어제 페북에 전체공개로 올렸으며, 하루 만에 수십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은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뗐다.

윤 교수는 “당연히 환자의 동의는 구하지 못했을 것이며,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언급도 어디에도 없다. 정보공개의 공익적인 목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의료윤리와 의무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번 이국종 교수의 환자정보 공개도 옹호하길래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남궁인 전문의는 환자비밀 준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글도 드물게 보이기는 하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의사가 아닌 분들의 글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의사협회나 의료윤리학회, 응급의학회 등은 무엇을 하고 있나?”고 되물었다.

그는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국종 교수와 남궁인 전문의 등 생사를 넘나드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헌신과 고충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과도한 영웅심 혹은 반대로 지나친 나르시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하며, 이러한 성찰과 실천만이 우리의 업을 여전히 숭고하게 지켜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두 분은 나에게 생생한 교육 소재를 계속 제공해주는 동시에 나의 마음과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고 말을 맺었다.

세계일보

남궁인 교수. 페이스북 캡쳐.


◆남궁인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춰”

남궁 교수는 앞서 지난 19일 끓어오르는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과 함께 피해자의 참혹한 모습 등을 인터넷에 자세히 공개한 바 있다.

남궁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함구하려고 했지만, 국민적인 관심과 공분이 모아지는 가운데 입을 열게 됐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사건 당일인 지난 14일) 일요일 아침 팔과 머리를 다친 20대 남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침대가 모자를 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며 “상처가 너무 많았다. 복부와 흉부에는 한 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고 했다.

세계일보

고인의 명복을 비는 편지들.김경호 기자


남궁 교수는 이어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고, 모든 자상은 칼을 끝까지 찔러 넣었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얼굴과 목 쪽의 상처는 푹 들어갔다. 양쪽 귀가 다 길게 뚫려 허공이 보였다. 목덜미에 있던 상처가 살이 많아 가장 깊었다”며 “너무 깊어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인간이 인간에게 하기 어려운 범죄”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가해자가 미친 사람인 것은 당연하고, 20대 초반의 청년이 극렬한 원한이 있을까 의심했을 때 말다툼으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라 경찰의 설명에 모든 의료진 입에서 욕설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남궁 교수는 의료진들과 현장 CCTV를 보며 더 경악했다며 “이미 현장에 온 몸의 피를 다 쏟아내고 왔던 것”이라며 “무력한 사회에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궁 교수는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 개인의 손이 집어든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사건이 발생한 강서구 PC방 앞에 꽃다발과 편지 등이 놓여있다.김경호 기자


◆전문가 “남궁 교수, 너무 잔인해 사실을 공개한 듯”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와 관련,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얼굴을 찔러 죽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저의 경우에도 얼굴을 그렇게 찔러서 숨진 경우는 처음 봤다”며 “이번 사건은 해도해도 너무한 경우였고, 그 만큼 잔학한 것이어서 (남궁인 교수가) 공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 평론가는 “의사도 충격을 받아서 욕을 하고 동료들도 욕을 할 정도로 공분했다”며 “의료인의 윤리, 그런 것을 넘어서 사실을,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남궁인 의사를 심정적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인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을 생각하고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본다”며 “진실을 알리려는 부문에 대해 그 용기에 대해 인정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