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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청와대 인사이드] 한국 산업위기 다룬 책, 靑참모들이 탐독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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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이 읽는다고 알려지자 저자 초청해 비공개 강연까지

조선일보

축적의 길(왼쪽), 축적의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국 산업의 위기를 진단한 책 '축적의 길'을 탐독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를 알게 된 청와대 참모들도 이 책을 앞다퉈 읽고 있다고 한다.

'축적의 길'은 한국 산업의 '성장 엔진'이 꺼졌다며 기업과 정부 모두 새로운 전략 없이는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렵다고 경고한 책이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이 책의 전편 격인 '축적의 시간'도 정독했다고 한다. 저자인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초청을 받아 한국 산업 구조의 문제점을 주제로 1시간 동안 비공개 강연도 했다. 이 교수는 비서관·행정관 등 2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개개인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실패 책임을 나눠서 부담하는 '위험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기업들은) 놀라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보다 작은 아이디어를 키우고 구체화하면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며 "정부도 예산을 쓸 때 기업들이 언젠가는 거쳐야 할 '하이 리스크(고위험)' 사업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품어줘야 한다"고 했다. 책 제목에 들어간 '축적'은 기업들의 '시행착오 축적'을 뜻한다. 경제·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정책실 산하 비서관들이 주로 참석해 강연장과 청와대 회의를 오가며 이 교수의 강연을 경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 책을 읽는 건 한국 산업의 위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한국 산업 위기'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 지난 4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서 "산업 구조 변화, 자동화·무인화 등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출구를 못 찾았다는 비판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위기론이 불거진 반도체 산업에 대해선 "중국, 미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반도체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제조업 가동률이 급락하고 있고, 철강은 세계 무역 전쟁에 휘말린 지 오래"라며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반도체도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지만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정부도, 청와대도 답답한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휴가 기간 방북(訪北) 취재 사진집, 바둑·글씨 등 예술이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 등을 주로 읽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에 집중됐던 정부 초기보다 산업 현장과 혁신성장의 전략에 대해서도 더 고민하자는 분위기가 커진 만큼, 이 책이 청와대 내에서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읽는 책'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인 지난 2008년 중순 청와대 행정관급 이상 직원 350여명에게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전(前)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평전(評傳)을 선물했다. 당시는 광우병 파동, 금강산 피격 사건 등 악재가 잇따르고 청와대 내부도 뒤숭숭했을 때였다.

문민 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권에선 일본 에도시대 봉건 영주 우에스기 요잔(上杉鷹山)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불씨'라는 책이 '정권의 교과서'로 불렸다. 몰락한 봉토를 일으켜 세운 우에스기의 리더십이 개혁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김영삼 정부 상황과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총 2권으로 이뤄진 '불씨' 280질(帙)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돌렸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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