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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몸 날린 '수퍼 캐치'… 가을야구 승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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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 테일러 결정적 수비로 NL챔피언십 밀워키 제압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진출… 보스턴과 102년 만에 격돌

가을 야구는 치열하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정규 시즌에선 느끼지 못할 긴장감이 절로 배어난다. 그리고 가을 야구는 섬세하다. 큰 점수 차 승부가 홈런 한 방에 흐름이 바뀌어 순식간에 뒤집히기도 하고, 잘 던지던 투수가 작은 실책 하나로 흔들려 배팅볼 투수로 전락하기도 한다.

21일 밀워키에서 끝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최종 7차전, 20일 치러진 국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안타성 타구를 걷어낸 야수들의 '수퍼 캐치(Super Catch)'가 명암을 갈랐다.

다저스를 구한 테일러의 캐치

류현진이 속한 LA다저스는 21일 NLCS 7차전에서 홈팀 밀워키 브루어스를 5대1로 눌러 1977~1978년 이후 40년 만에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에 진출했다. 0―1로 뒤진 2회 초 코디 벨린저가 역전 2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고, 6회 초 야시엘 푸이그가 3점 포로 쐐기를 박았다.

조선일보

넘어갈 것 같던 이 공을 달려가 잡다니… - LA다저스 좌익수 크리스 테일러가 21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의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때린 좌중간 깊숙한 타구를 달려가면서 왼팔을 뻗어 잡아내는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넥센의 좌익수 이정후가 지난 19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대전 원정 1차전 8회말 무사 1루에서 한화 최재훈의 큰 타구를 뛰어올라 잡는 모습. /AP 연합뉴스·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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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이그의 홈런에 앞서 승부 흐름을 결정지은 중요한 장면이 하나 있었다. 2―1로 앞서던 다저스의 5회 말 수비. 1회 선제 홈런을 터뜨린 브루어스의 크리스티안 옐리치의 방망이가 2사 2루에서 다시 한 번 힘껏 돌았다. 하지만 좌중간 펜스 쪽을 향해 날아가던 타구의 궤적은 다저스 좌익수 크리스 테일러의 글러브 끝에서 소멸됐다. 이날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3회부터 좌익수로 자리를 옮긴 테일러는 옐리치의 타구가 외야로 향하자마자 전력질주를 펼쳤고, 타구가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갈 듯하자 순간적으로 왼쪽으로 약간 방향을 튼 다음 왼팔을 쭉 뻗어 타구를 잡아냈다. 스탯캐스트에 측정된 테일러의 질주 거리는 26m. 테일러가 잡지 못했다면, 스코어가 2―2로 되고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브루어스 쪽으로 기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7차전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순간"이라며 "동점이 됐다면 경기 흐름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저스는 9회에 선발 클레이튼 커쇼까지 등판시키는 총력전 끝에 승리했다. 다저스가 4승3패로 시리즈를 잡아 월드시리즈에 오르면서 유일한 한국인 선수 류현진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얻게 됐다. 류현진은 20일 6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제구가 흔들리며 3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 멍에를 썼다. 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는 24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시작한다. 다저스와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것은 1916년 이후 102년 만이다.

넥센 연승 이끈 '바람' 이정후

넥센은 20일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 대전 원정 경기에서 홈팀 한화를 7대5로 눌러 2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겼다. 임병욱이 2차전에서 3점 홈런 두 방으로 6타점을 올리면서 일등 공신이 됐다. 하지만 와일드카드게임부터 이날 2차전까지 넥센 연승을 이어간 핵심 고리는 외야수 이정후(20)였다. 이정후는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는 5―5로 맞선 7회 무사 1루에서 최형우의 좌중간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 팀이 10대6으로 승리하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선 1, 2차전 9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지만, 투혼의 수비로 승리에 공헌했다. 19일 1차전에서는 3―2로 앞선 8회 수비 때 최재훈의 큰 타구를 좌측 담장 바로 앞에서 펄쩍 뛰어올라 걷어냈고, 20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5이던 9회 말 1사 후 한화 김회성의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외야를 가르려던 순간 몸을 내던지며 가까스로 잡아냈다. 넥센은 이정후의 호수비 이후 별다른 위기를 맞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을 남긴 넥센의 장정석 감독, 경기 MVP 임병욱, 승리 투수 안우진 등은 승리 소감 대신 "이정후가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이정후는 2차전 9회 김회성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왼쪽 팔이 몸에 깔려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이정후는 3차전에 결장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 6월에도 경기 도중 왼쪽 어깨를 다쳤다. 20일 병원 1차 검진 결과 뼈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한 번 다쳤던 부위라 22일 정밀 검진을 다시 받을 예정이다. 22일 3차전(고척돔)에서 한화는 장민재, 넥센은 브리검이 선발 등판한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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