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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HI★인터뷰] 서현, 반박불가 ‘외유내강’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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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서현은 '외유내강'의 아이콘이었다. 한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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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이었다. 2007년 걸그룹 소녀시대의 막내로 데뷔한 서현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오롯이 혼자 힘으로 작품을 이끄는 배우로 단단히 서기까지. 오랜 시간을 걸어 온 만큼 누구보다 단단한 멘탈을 자랑했던 서현은 ‘외유내강’ 그 자체였다.

“12년차 내공이 아닐까요?(웃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조금씩 변해왔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데뷔한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바른 생활’ 이미지로 소비됐던 서현이기에, 여전히 그녀를 떠올리면 모범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직접 만난 서현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했고, 진중했다.

“10대에는 뭐 하나 실수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를 할 바에야 미친 듯이 열심히 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된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스스로도 그게 더 행복하더라고요. 결과에만 목숨을 걸면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10대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 이후 오랜 시간 연예계에 몸 담아왔던 만큼,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이처럼 올곧은 자신의 생각을 다잡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다. 이 같은 이야기에 서현은 미소를 지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하다 보니 뭔가 내 인생을 설계해 줄 사람이 없었고, 온전히 다 제가 짊어지고 가야 된다는 걸 그 당시에 느꼈었어요. 너무 바쁘고 일주일에 잠을 두 시간 씩 밖에 못 자는 경우도 있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스케줄에 끌려가고 있더라고요. 제 생각도 없고, 제가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무슨 생각으로 녹화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어제 뭘 했는지도 생각이 안 났어요. 어느 순간 ‘이렇게 살다보면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 스스로 룰을 만들었어요. 하루에 10분이라도 책 읽기 같은 것들이요. 그렇게 틀을 만들면서 살다보니 이제는 그게 답답해졌고, 조금씩 풀어가면서 중심을 찾은 것 같아요. 항상 안 되는 것들만 가득했는데 이것도 한 번 해보고, 저것도 한 번 해보고 하면서 변화해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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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2년 차, 어쩌면 스타로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의 성과를 거뒀을 그녀지만 최근 출연했던 MBC ‘시간’은 그녀에게 또 한 번의 성장을 가능케 했다.

“정말 많은 경험이 됐던 작품이었어요. 작품 자체가 감정의 폭이 굉장히 넓고 슬픔의 깊이를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거든요. 가족의 죽음이 슬픔의 시작점인 그 깊이를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이 작품에 들어갈 때 각오가 ‘진짜 모든 걸 걸고 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만큼 모든 걸 다 걸고 했던 작품이라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깊은 슬픔을 가지고 있던 설지현이라는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실제 슬픔 속에 살았을 정도로 몰입했었다는 서현은 작품을 마친 뒤 꽤 오랜 시간 후에야 설지현을 털어낼 수 있었다며 애틋함을 전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서현이 아니라 설지현이었어요. 이제야 겨우 서현이 된 것 같아요.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긴장을 하고 있다 풀린 탓에 몸살에 감기까지 걸렸었어요. 그 정도로 작품에 대한 감정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애틋함이 커서 제 삶인 것 같은 느낌이 조금 길게 갔던 것 같아요.”

소녀시대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던 시기 자신에게 느꼈던 아쉬움을 씻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서현이지만 극 후반 남자 주인공이었던 김정현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오롯이 떠안아야 했던 주연의 무게감은 결코 적지 가볍지 않았다.

“후반부에 너무너무 부담감이 컸어요. 어쨌든 저 혼자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제가 실수를 하게 되면 이 작품 자체가 망가지고 무너지겠다는 마음이 컸었죠. 그래서 잘못된다는 가능성은 1도 생각 않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제가 약해지면 저 또한 흔들릴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었죠. 그런데 사실은 굉장히 많이 두려웠었어요.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흔들리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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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로 활동하며 기쁨과 슬픔을 여덟 멤버와 함께 나눴던 때와 달리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금 서현이 짊어진 부담감은 더욱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기우 섞인 질문이 이어졌지만, 서현은 예상을 뛰어 넘는 대답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저는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도 너무 힘든 일이 많았어요.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런데 이번에 그 이상을 뛰어 넘는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그래도 그나마 활동했을 때 힘듦을 견뎌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일들이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두려움이 거의 없어졌거든요.”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이제야 데뷔 후 11년이라는 시간을 뒤로 하고 제대로 출발선상에 선 서현은 작품을 끝낸 이후의 계획에 대해 “여유를 가지면서 제 삶을 돌아보려 한다”는 그녀다운 답을 건넸다.

오는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방콕, 대만, 일본에서 단독 팬미팅을 개최하며 팬들을 만날 예정이라는 서현은 “최근 작곡도 하고 있다”며 “내년 즈음 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또 다른 모습으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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