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北·美회담 속도조절 또 언급/개최시점 선거前→연말서 계속 지연/1차 때와 달리 구체 성과 도출 의지/폼페이오 “北 카운터파트 곧 訪美” /최선희·비건 실무회담은 여전히 감감/내달 선거결과 따라 대북기조 변화/장기화 땐 트럼프 열정 상실 우려/ 文 '한반도 프로세스' 제동 우려도
중간선거 지원유세 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협상을 포함한 북·미 대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엘코=A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자꾸 늦추는 일차적인 이유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팀 일각에서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서둘렀다가 북한 페이스에 말려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비핵화 일정이 지연되는 사태를 감수하더라도 북한 측으로부터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조처를 받아낸 뒤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최선희-비건 라인을 가동해 북한의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 영변 핵시설 폐쇄,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사찰 등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 실무 책임자급 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에 관한 미국의 확실한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는 게 워싱턴 외교 소식통의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일 4차 방북 당시에 김 위원장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북·미 실무 책임자급 회담 개최를 약속했음에도 북한이 이 회담을 미루는 신경전을 벌이자 미국 측이 곤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간 샅바 싸움으로 인해 2차 핵 담판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를 막으려고 다시 이달 말쯤 북·미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려는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의소리(VOA) 방송 회견을 통해 “다다음 주에 여기에서 내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그가 다시 5차 방북을 하지는 않고, 북한 측 대표가 미국으로 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달 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재개될 때까지도 최선희-비건 라인이 가동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 실무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어서 이 실무 회담이 가동되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순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가 2차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비핵화 시간표가 계속 늘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문제 해결 열정이 차갑게 식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넘겨주는 등 참패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및 2020년 대통령 선거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복잡한 지정학적 성격과 북한이 자신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는 비핵화 협상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깨달아 가면서 북한 문제를 놓고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는 쪽으로 전환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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