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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 비리유치원 "신입 안받겠다"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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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입학대란 오나 ◆

매일경제

유치원 비리 못참아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학부모들이 `유치원 비리 근절`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21일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아이들도 초록색 풍선을 들고 집회에 동참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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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치원 중 신입 원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곳이 속출하면서 유치원 입학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일방적인 폐원 결정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즉시 폐원' 대신 '신입 원아 모집 포기' 형태로 사실상의 잠정 폐원을 택하는 사례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인천 소재 E유치원과 S유치원은 내년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는 "폐원 방침을 알려온 유치원들이 10여 곳에 이른다"며 "내년도 원아모집 포기는 개별 유치원이 판단할 사안이지만 현재 상당수가 이를 고민하는 것은 맞는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A씨는 "원장 모임에 가면 상당수가 폐원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비리 사립유치원에 이름을 올린 곳들로, E유치원과 S유치원 역시 이 명단에 실명이 공개된 뒤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A씨는 "저출산 기조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으로 사립유치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데다 앞으로의 집중 감사 등을 우려해 유치원 운영이 쉽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70만명에 달하는 전체 원아의 75%가 속한 사립유치원들이 내년도 원아모집을 포기하는 집단 행보에 속속 동참할 경우 보육대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월 유치원 입학 시즌을 앞두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이 벌써부터 애를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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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사립유치원들은 유치원 원서접수와 추첨을 온라인으로 하는 '처음학교로'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한유총은 충남(116곳)을 제외한 전국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사립유치원 4282곳 가운데 한유총 소속 유치원은 3173곳(74%)에 이른다.

처음학교로는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려는 보호자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정보를 검색해 입학 신청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정부의 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이다. 교육부는 작년에 전국 국공립유치원을 이 시스템에 참여시킨 데 이어 올해는 사립유치원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이 처음학교로를 외면하면서 올해도 유치원 입학전쟁은 되풀이될 전망이다. 처음학교로에 국공립유치원은 100%, 사립유치원은 단 3%만 참여해 추가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맞벌이 가정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보를 더욱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교육당국은 처음학교로에 불참하는 유치원을 상대로 감사 우선 실시, 재정 차등 지원 등 행정·재정적 제재에 나서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당·정·청은 21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비리 유치원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당·정·청은 이날 열린 회의를 종합한 뒤 오는 25일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효혜 기자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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