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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미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 미국이 먼저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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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티스, 정경두 국방장관에 제안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북-미 고위급회담 앞두고 협상 힘 싣기 의도



한국와 미국이 12월로 예정됐던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사실상 유예하기로 했다. 중간선거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비핵화 상응조처로 종전선언과 함께 ‘대북 제재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북-미 고위급회담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 연합훈련 유예라는 유화 메시지를 통해 북-미 협상의 동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 결정은 19일(현지시각)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이 “정경두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 문제에 모든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도록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공개됐다. 훈련 유예 제안도 미국이 먼저 꺼냈다.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21일 “한-미 양자 회담에서 매티스 장관이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차원에서 12월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의 유예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말 매티스 장관이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유예 계획이 없다”고 해 ‘한-미 연합훈련 재개’ 논란이 일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 쪽 변화가 눈에 띈다. 당시 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시점에서 한-미 연합훈련(war games)에 큰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고 밝히면서 진화됐지만, 연합훈련 문제는 한반도 정세의 잠복 변수로 꼽혀왔다.

이런 가운데 관심을 끈 것은 미국 쪽 발표 뒤인 20일에도 한국 국방부가 “(한-미 국방장관은)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만 밝힌 점이었다. 미국은 두 장관이 ‘훈련 유예 결정을 했다’고 발표한 반면 한국은 ‘유예를 포함한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1일 국방부 당국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매티스 장관의 유예 제의에 정경두 장관은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군사 대비태세를 위한 조정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제기했고, 이에 양쪽은 이달 말께 훈련 조정안을 최종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정 장관은 공동으로 사전 공중임무명령서(Pre-ATO)를 계획하는 방안, 훈련 데이터 연결 등을 통해 양쪽이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서 훈련하지 않더라도 훈련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국방부 쪽은 설명했다.

따라서 북-미 대화 기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규모 실기동 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는 올해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군 훈련은 예정대로 이뤄지며 소규모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케이맵)도 현재로선 예정대로 진행될 계획이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한-미 간 상호 작전 운용 능력과 전투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2015년부터 매해 12월 실시된 대규모 공중전 훈련이다. 북-미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에는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6대와 F-35A 6대, F-35B 12대 등 5세대 항공기를 포함해 한-미 항공기 230여대가 참가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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