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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카슈끄지 귀국 종용하다 고함 막으려 실수로 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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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보도…"카펫으로 시신 말아 터키 내 '조력자'에 건네"

연합뉴스

자말 카슈끄지 사망의 배후로 의심받는 사우디 왕실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EPA)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들렀다 사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인과 관련, 귀국을 종용하다 그가 고함을 지르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실수로 질식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 "총영사관을 방문한 카슈끄지를 총영사 집무실로 끌고 가 협상팀이 귀국하라고 종용했다"며 "그가 소리를 높였고 이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목을 조르다 실수로 질식사시켰다"고 보도했다.

애초 계획은 그에게 약물을 주입해 이스탄불의 안가에 일정 기간 감금했다가 그가 끝까지 귀국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놔주려는 것이었다.

이 소식통은 "그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할 의도였으나 죽고 말았다"며 의도적 살해가 아니라 귀국시키는 임무를 과도하게 수행하려다 벌어진 과실치사라고 주장했다.

예기치 못하게 그가 사망하자 이 협상팀은 카펫으로 그의 시신을 둘둘 말아 총영사관 밖으로 빼낸 뒤 현지의 '조력자'에게 넘겼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귀국을 종용받은 카슈끄지는 "밖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한 시간 안에 내가 나오지 않으면 터키 당국에 연락하라'고 말해 뒀다"면서 자신에 대한 위협을 방어하려 했으나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당시 총영사관 밖에서는 그의 터키인 약혼녀가 그가 건넨 휴대전화를 갖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소식통은 또 터키 언론을 통해 사건 당일 터키 이스탄불로 입국한 사우디 일행 15명의 정체는 사우디 정보총국 부책임자인 아흐메드 알아시리가 구성한 '귀국 협상팀'이라고 설명했다.

배후로 지목되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 왕실과 카슈끄지의 사망과는 선을 그었다.

이 소식통은 "반정부 인사와 평화롭게 협상해 귀국을 설득하라는 '스탠딩 오더'(실행될 때까지 유효한 명령)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가 사건 초기 그가 총영사관을 나간 뒤 실종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 소식통은 "협상팀이 윗선에 허위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허위 보고를 사실처럼 보이려고 협상팀 중 한 명이 카슈끄지가 사망한 뒤 그의 옷과 안경,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총영사관 뒷문으로 나갔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검찰은 20일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언쟁을 벌이다 주먹다짐하는 과정에서 맞아 우발적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카슈끄지는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터키인 약혼녀와 혼인신고를 하러 지난달 말 이스탄불을 방문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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