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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경찰25시]경위 마동석, 경장 아이유…계급으로 본 명예경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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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으로 본 명예경찰의 세계
최불암·이현세가 고위직 ‘투 톱’
승진속도로는 ‘의리’ 김보성
범죄경력 없어야 선정되는 명예경찰

지난 16일 드라마 ‘수사반장’ 주인공 최불암(78)씨가 ‘경찰의 별’로 불리는 명예경찰 경무관으로 승진(昇進)했다. 1972년 명예경찰로 위촉된 지 46년 만에 세 계단 진급한 것이다.

명예경찰로 ‘경무관’까지 밟은 인물은 최불암이 유일하다. 최불암은 "수사반장에 출연했던 70~80년대에 비해 최근 경찰의 수사역량이나 서비스가 월등히 향상된 것 같아 명예경찰관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첫 명예 경무관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1호 명예경찰은 1967년 체스터 스미스 미국 제202 수송항만대대장이다. 이후 12명까지 연속으로 미군이 명예경찰로 위촉됐다. 군사정권이 들어선 1980년대에는 명예경찰로 육군 출신이 많이 됐다. 연예인들이 명예경찰이 많이 된 건 1990년대 이후다.

1967년부터 올해까지 명예경찰로 위촉됐던 사람은 총 3599명. 자동 해촉 규정에 따라 올해의 경우 184명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명예경찰의 세계를 정리했다.

◇명예경찰 ‘투 톱’은 최불암·이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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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훈령(訓令)에 따르면 명예경찰은 아무런 권한도, 혜택도 없는 그야말로 명예직이다. 경찰 업무 협조에 특히 공적이 뚜렷한 내·외국인이 대상자다. 임기는 2년이다. 한번 임명되면 2년 단위로 자동 해촉되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1967년부터 명예경찰을 선정해왔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명예경찰’의 인기가 높다. 법을 지키는 연예인’이란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미지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홍보대사’와 하는 일이 비슷하지만, 계급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명예경찰 계급은 연령·공헌도 등을 두루 감안해 부여한다. 명예경찰로 위촉된 연예인·유명인들은 "승진이 되면 괜히 기분이 좋다"면서 "다른 명예경찰 동료들과도 미묘한 경쟁심리가 생긴다"고 말한다.

민간인 가운데서 가장 높은 계급을 단 사람은 경무관 최불암이다. 만화가 이현세(62)씨와 승진 경쟁을 벌였지만, 이번에 한 발 더 앞서간 것이다. 경무관은 군(軍)계급으로 따지면 ‘원 스타(준장)’에 해당한다. 경찰에서는 일선 서장(총경)보다 한 계급이 높다. 지방경찰청 부장급(級)이다.

최불암의 공로는 역시 ‘수사반장’이다. 첫 수사 실화극이라는 상징성도 있는데다, ‘한국의 콜롬보’라고 불리면서 경찰 이미지로 재고한 점을 인정 받았다. 최불암은 1972년 경감으로 명예경감으로 ‘입직(入職)’했다. 그는 이후 1977년 명예경정, 2012년 명예총경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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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 바로 아래 계급은 이 화백으로, ‘경찰의 꽃’이라는 총경 계급장을 달았다. 일선 경찰서장이 바로 이 계급으로, 여기서부터 경찰 고위직으로 분류된다. 그는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포순이를 디자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드라마 수사반장을 기억하는 국민도 많지만, 포돌이를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면서 "경찰에 대한 공헌 측면에서 보면 최불암·이현세는 막상막하"라고 전했다.

승진속도만 놓고 보면 배우 김보성(52)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그는 명예경찰계에 발을 들였다. 첫 계급은 경사. 2010년 한 계단 뛰어 오른 경위로 승진하더니, 2014년 경감으로 다시 한 차례 뛰어올랐다. 7년 만에 두 계단을 뛰어오른 셈. 일선 경찰조직에서 경사가 경감으로 승진하는데 보통 15년 정도가 걸린다. 초고속 승진인 셈이다. 경감은 경찰의 중간간부로 일선 경찰서 강력계장이 바로 이 계급이다.

일각에서는 김보성 승진의 배경에는 인사청탁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2014년 6월 30일 관광경찰대 명동센터 개소식을 찾은 김보성이 강신명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청장님 저도 이제 경위단 지 4년 됐는데, 승진할 때가 좀 되지 않았습니까. 으리(의리)!"라고 외친 것이다. 이후 경찰청장이 된 강 전 청장이 김보성의 ‘인사청탁’을 기억했다가, 의리로 승진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으리으리(의리의리)한 승진’이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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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경찰청에서 열린 명예경찰 경감 위촉식에서 강신명(왼쪽) 당시 경찰청장이 배우 김보성씨에게 명예경찰 경감 위촉장을 전달한 뒤 김씨의 유행어‘의리’를 함께 외치고 있다./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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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유(25)도 승진이 빠르다. 아이유는 2013년 2월 명예경찰 ‘순경’으로 위촉됐다가, 이듬해 11월 한 계단 위인 경장으로 승진했다. 1년 9개월여 만에 특진한 셈이다.

◇범죄경력 없어야…아무나 명예경찰 못 돼
범인을 잡는 ‘실적’을 올려 명예경찰이 된 인물도 있다. ‘자옥아’ ‘무조건’을 부른 트로트 가수 박상철(45)의 경우다. 그는 2010년 5월 공연차 들른 청주시 나이트클럽 주차장에서 차량 절도범을 쫓아가 몸싸움 끝에 붙잡았다. 공수부대 출신인 그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범인을 제압한 뒤 경찰에 넘겼다고 한다. 당시 그는 강력계 형사와 같은 경사 계급을 받았다.

아무나 명예경찰이 될 수는 없다. 마약을 하거나, 각종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은 심의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만약 ‘종신 명예경찰’이 있다고 한다면, 이 사람이 훗날 물의를 일으킬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2년 자동 해촉은 이런 우려를 미리 방지하고자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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