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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유럽 순방 마친 文 대통령, 어떤 성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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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호 켜진 교황 방북… 대북제재완화 공론화 이뤄

교황청을 포함한 유럽 5개국 순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거둔 성과는 교황 방북에 켜진 청신호와 국제사회의 비핵화 견인책 공론화다.

특히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이자 서구 세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는 사실상 방북 초청 수락을 얻어낸 것은 문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1일 7박 9일 일정의 유럽순방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애초 ‘평양의 교황’이란 대담한 발상 자체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님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답을 이끌어낸게 사상 첫 교황 평양 방문으로 이어지게 됐다.

실무협의를 거쳐 교황 방북이 실제 성사되면 이는 문 대통령이 염원해온 지구상 마지막 냉전 구도 해체가 시작되는 상징적 사건이다.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냉전 해체를 통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이라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한층 힘있게 진행될 수 있다.

일부에선 막상 북한이 교황 방북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므로 양측 실무 협의가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교황청으로서도 교황의 특정국 방문에는 해당 지역 가톨릭교회 교구장의 공식 초청과 영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불문율 때문에 교구장은 커녕 사제도 없는 북한을 실제 방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교황청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문 대통령 특별 연설을 허용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격적으로 문 대통령을 통한 김 위원장 초청을 수락하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라. 두려워하지 마시라”고 격려했다. 이처럼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선 특별한 예외를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교황 방북 역시 파격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일보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뒤 묵주를 선물받은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교황 방북이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관련국 모두에 이득인 점도 긍정적 요소다. 특히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이끌면서 미국 조야의 비판과 반대에 시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강력한 제재와 과감한 담판으로 북한을 정상국가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자신의 대북 정책을 옹호할 명분이 생긴다.

또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그토록 갈망해 온 정상국가로 가는 길에 한걸음 다가서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교황이 순방국에 도착해 땅을 밟자 마자 흙에 입맞춤하는 ‘친구(親口)’를 ‘동토의 땅’ 북한에서도 한다면 이는 “평화체제를 받아들이고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진입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장면이 된다.

‘대북 제재 완화의 공론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문 대통령은 이번 5박 7일 순방 동안 5회의 연설과 총 8회의 정상회담 내내 “북한이 계속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도록 국제사회가 유엔안보리를 중심으로 견인책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적어도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킬 경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대북 제제 완화가 필요하고, 그런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참여해 만든 유엔 대북제재안을 준수중인 유럽 각국은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해야한다”는 원칙에서 아직 한발짝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반응이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실천 등 보다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대북 제재완화 논의가 시작될 기반을 다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는게 청와대 평가다. 문 대통령의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이 구체적 결실을 거두는데 1년여 걸린 점을 감안하면 비핵화 촉진을 위한 국제사회 협의도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과는 우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각 정상들이 최근의 상황 변화에 관해 매우 궁금해 하면서 질문을 했다”며 “이들 정상에게 한반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했고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펜하겐=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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