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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냉전시대 끝낸 ‘미·러 핵협정’ … 트럼프 31년 만에 파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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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합의 위반” … 중국도 겨냥

미·중·러 핵개발 경쟁 가속화 우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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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과 구 소련 간에 체결했던 '중거리 핵전력(INF) 폐기 조약'을 파기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우리는 협정을 파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위반해왔다"며 "미국은 러시아가 핵 합의를 위반하고 우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무기를 만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로 출국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수주 내에 조약 파기에 공식 서명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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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왼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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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이다.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평가된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도 2000년대 들어 유럽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서로 "상대방이 약속을 어겼다"며 논쟁을 벌인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SSC-8(9M729 시스템)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를 강하게 비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파기를 결심한 또 하나의 배경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다.

조약 조인국이 아니니 중국이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먼저 협정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간 핵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신냉전'에 대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로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등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마찰이 더욱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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