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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타뉴스]해발 980m의 물이끼군락…야생동물의 천국, 한라산의 ‘숨은물뱅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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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숨은물뱅듸 습지보호지역 경관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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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산에는 ‘숨은물뱅듸’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고산 습지가 있다. 뱅듸는 높고 평평하며, 풀만 우거진 거친 들을 의미하는 제주말이다. 오름으로 둘러싸인 이 습지에는 접시처럼 생긴 물웅덩이가 있고,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습지보호지역인 ‘숨은물뱅듸’를 정밀 조사한 결과 고층습원형 습지를 대표하는 희귀한 물이끼 군락과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숨은물뱅듸’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국가 차원에서 처음 실시한 것으로,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됐다.

숨은물뱅듸는 한라산국립공원 1100고지 휴게소가 있는 삼형제오름 부근에 있다. 한라산 정상에서 7.5㎞ 떨어져 있으며, 여러 오름들에 타원형으로 둘러싸여 있다. 2015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이번 조사에서 숨은물뱅듸에 있는 물웅덩이는 고층습원형 오미(물이 괴어 있는 곳을 뜻하는 우리말)로 조사됐다. 오미는 평지보다 조금 얕은 곳에 물이 늘 괴어 있는 물웅덩이다. 크기가 저수지보다는 작으면서 바닥은 평평하고, 가장자리는 그릇처럼 쟁반 형태이다.

고층습원의 대표적 특징인 물이끼군락도 발견됐다. 강원 인제군 대암산의 용늪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남부지방에서는 최초의 고층습원형 습지로 확인됐다.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나무섬’도 있었다. 나무섬은 습지에서 나무들이 헝겁 조각처럼 ‘패치’ 형태로 분포하는 것인데, 동물의 배설물에서 씨앗이 유입되거나 식물의 뿌리로 암석과 토양이 묶이면서 생긴다.

북반구에 주로 있는 고층습원형 습지는 냉대 지방에선 습도가 높은 저지대에서, 온대 지방에서는 고산지대에 생긴다. 수분을 비나 안개에 의존하며, 물이끼와 이탄(泥炭)토양이 발달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 같은 온대 지방에서는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발견된다. 일본에선 후쿠시마현 히우치카타케산의 해발 2000m에 있는 오제습지가 유명하며, 북유럽과 러시아의 사할린에선 평지에서도 발견됐다.

우리나라에 있는 산지습지 대부분은 저층습원이며, 영양 성분이 풍부한 토양에서 갈대, 부들, 창포, 버드나무, 오리나무 등이 주로 자란다. 반면 고층습원은 약산성에 영양이 풍부하지 않은 토양에서 물이끼와 자주땅귀개, 끈끈이주걱 등이 주로 발견된다. 한국의 대표적 저층습원은 창녕 우포늪과 고창 운곡습지이며, 대표적 고층습원이 대암산의 용늪이다.

숨은물뱅듸는 현무암이 많아서 물이 잘 빠지는 화산 지형에서 습지가 생겨난 희귀한 경우다. 주변 삼형제오름, 노르오름, 살핀오름 세 곳에서 물이 흘러와 웅덩이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생 동물들이 이 곳에서 목을 축인다.

이번 조사에선 멸종위기 야생생물 4종을 포함해 528종의 생물이 확인됐다. 식물 291종, 조류 33종, 포유류 6종, 양서파충류 9종, 육상곤충 124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19종, 동식물플랑크톤 46종이다. 이 중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1급인 매, 2급인 자주땅귀개, 긴꼬리딱새, 애기뿔소똥구리가 살고 있었다. 식물학적으로 중요한 것들이나, 우리나라 고유종도 여럿 있었다.

이정환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장은 “숨은물뱅듸에 있는 특이 서식처인 오미를 보다 정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라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습지 관리 정책에 활용된다”고 말했다.

■숨은물뱅듸의 물이끼 군락과 다양한 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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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물뱅듸 습지보호지역 나무섬.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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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물뱅디의 물이끼 군락.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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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고랭이 군락.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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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섬의 식물 군락.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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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물에서 발견된 좀올챙이골 군락.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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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물뱅듸 외곽에 개서어나무와 제주조릿대 군락이 함께 있는 모습.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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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물뱅듸에 사는 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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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매.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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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자주땅귀개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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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긴꼬리딱새.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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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애기뿔소똥구리.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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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종인 제주도롱뇽.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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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종인 제주등줄쥐.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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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5등급 애기어리연.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은 우리나라의 5개(중부아구, 남부아구, 남해안아구, 제주도아구, 울릉도아구)식물구계에서 종의 분포범위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구분한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분포범위가 좁고 보전 우선순위가 높다. 5등급은 극히 일부지역에만 고립하여 분포하거나 불연속으로 분포하며, 4등급은 한 아구에만 분포하는 분류군이다.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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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4등급 솔비나무. |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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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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