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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LG와 롯데의 미스터리한 양상문 사퇴ㆍ선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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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LG 감독 시절의 양상문 롯데 감독. LG 제공


지난 19일 KBO리그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 중 핫 이슈는 거의 동시에 이뤄진 LG의 양상문 단장 사임과 롯데의 감독 선임 발표였다. LG와 롯데 모두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사전 교감설을 부인했다. 양 감독이 LG에 사표를 제출한 18일 밤 이후 롯데가 접촉했다는 것이다. 양 감독은 이날 오후까지도 LG 코칭스태프 개편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9명의 코치(황병일 코치는 양 단장 사임 후 철회)에게 대부분 직접 전화를 걸어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고 퇴근했다. 그리곤 늦은 시간 다시 LG 구단 사무실로 나가 신문범 사장과 면담을 한 뒤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사장과 단장 간의 내밀한 만남을 롯데가 어떻게 알고 곧바로 밤 늦은 시간 양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는지 의아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의 순서는 롯데가 먼저 양 감독 영입 사실을 발표하고, LG는 공석이 된 단장 선임을 하는 것이다. 양 감독이 현직 단장이었기에 ‘사임 후 영입’이 상도의에는 맞는지 몰라도 두 구단의 발표는 짜맞춘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LG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 단장이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시즌 종료 후 사의를 표했고, 18일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발표대로라면 LG는 누군가 책임졌다는 명분을 만들 수 있고, 조원우 전 감독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롯데는 ‘내정설’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양 감독에게도 찜찜한 꼬리표가 붙었다. LG는 지난해 이맘때 류중일 신임 감독을 선임하면서 재계약을 포기한 양 감독을 단장으로 선임하는 초유의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물러나는 감독이 총 감독이나 고문으로 옮기는 전관예우 인사는 있었지만 프런트의 수장으로 자리를 바꿔 일선의 전면에 재배치되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당시 LG는 감독으로는 실패했지만 단장으로 역량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엔 롯데가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단장’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프로야구 감독, 단장은 야구인들의 꿈이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는 설이 파다하지만 평생 근처에도 못 가보는 야구인들이 대다수다. 반복된 부진에도 유유자적 영전에 영전을 거듭하는 양 감독의 장기집권 또한 미스터리한 일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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