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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경질 퇴출 방출 우수수, 가을잔치 흥깨는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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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18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가 2회초 상대 이정후 안타 때 실점 후 마운드를 방문한 이강철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 9. 26.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a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가을잔치가 한창인데 잔칫집 밖에선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잔칫집 분위기까지 망치지 않을까 걱정어린 시선이 많다.

지난 19일 오전 한바탕 폭풍이 몰아쳤다. LG가 양상문 단장의 사임 사실과 함께 차명석 신임 단장 선임을 밝혔다. 곧바로 롯데는 조원우 감독 경질을 발표하면서 양상문 신임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루 전인 지난 18일에는 NC가 이동욱 수비코치의 감독 선임, KT가 김진욱 감독 경질과 이숭용 단장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틀만에 4팀의 사령탑과 단장 등이 물갈이됐다. 지난 20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종료 후에는 한술 더 떠 KT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두산 이강철 수석코치의 감독 내정을 발표했다.

코치진도 숨죽이고 자신의 생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는 이상훈 2군 감독, 김용국, 최태원, 가득염, 류택현 등 7명의 코칭스태프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LG도 차명석 신임 단장 체제 전환 발표 후 강상수, 박종호, 한혁수, 박철영, 박석진, 최동수, 손인호, 최경훈 코치에게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19일에도 KIA가 신동수, 정회열, 김태룡, 유동훈, 백인수, 박재용, 홍우태 코치와의 재계약 불가를 발표했다. 코치진의 연쇄이동이 불가피한 상태다. 한화 한용덕 감독도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끝나고 우리 코치님들 (데려가지 못하게)단속을 잘해야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선수단 정리도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KT는 오정복, 김동욱, 전민수에 이어 베테랑 박기혁, 김사율 등과도 작별했다. 삼성은 장원삼, 박근홍, 김기태, 이케빈, 배영섭, 조동찬, 정병곤, 백상원 등 무려 17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KIA도 이날 김진우, 곽정철, 이영욱, 김다원 등 선수 14명과 재계약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선수단 개편을 단행했다. 모 구단 관계자는 “한 팀이 발표하니까 여러 팀이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 같다. 팀에서 방출되는 선수나 코치 중에 부정적 여론도 형성될 수 있는 것을 걱정해 이 때다 싶어 빨리 발표하고 넘어가려는 듯 하다. 주위 관심이 집중돼야할 포스트시즌인데 너무 어수선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어차피 해야할 개편 작업이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마무리훈련 단계부터 새로운 리더십을 정착해 알차게 내실을 다져야 다음 시즌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엔 선수 출신 단장을 선임하는 것이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탓에 감독, 단장급 인력풀이 부족해졌다. 팀이 추구하는 컬러에 맞는 인물을 영입하려면 남들보다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흐름은 선을 넘어선 듯한 인상이 짙다. 포스트시즌은 ‘가을잔치’로 통한다. 한 시즌 프로야구를 총결산하는 자리라 팬의 관심도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된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이 앞다퉈 대대적인 팀 개편을 발표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 이동일도 아닌 경기 당일에 경쟁적으로 새 단장,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관심도를 뚝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창 흥겹게 달아오르던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실제로 포스트시즌 현장에서도 양팀 사령탑과 구단 관계자들은 타구단 감독, 코치, 단장의 잇단 교체 소식에 자칫 경기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가뜩이나 올시즌은 프로야구 흥행에 적신호가 밝혀진 상황이다. 폭풍성장을 거듭하던 프로야구 시장이 5년 만에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정운찬 총재 취임과 함께 야구산업화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879만 관중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결과다. 막판 순위경쟁에 불이 붙은 덕분에 가까스로 800만 관중을 넘기는데 성공했지만 프로야구를 둘러싼 위기의식은 여전히 팽배하다. 그런 가운데 가을잔치의 방관자로 남은 팀들이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을 고려하지 않은채 개별 구단의 사정만 앞세운 행위로 다시 한 번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더구나 KT의 경우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팀의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영입해 조기 발표했다. 두산과의 교감 후 이뤄진 일처리라지만 갖은 악재로 야구산업이 흥행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상생(相生)하는 분위기를 깰 수 있는 행위다. 프로야구 구성원들의 ‘동업자 정신’이 더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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