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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생활속과학]은행 열매는 왜 고약한 냄새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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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은행나무 열매가 터지고 여기저기 뒹굴며 악취를 풍기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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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가을철 불청객 은행열매. 도심 속을 걷다가 실수로 밟기라도 한다면 불쾌한 냄새를 하루종일 풍기고 다녀야 한다. 은행열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구분돼 있다. 개나리나 진달래와 같이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서 펴 열매가 열리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에서 열매가 열린다. 열매라기보다 과학적으로는 '종자'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암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진 은행을 살펴보면 외피(겉껍질), 중종피(딱딱한 껍질), 내종피(얇은 막)으로 이뤄져 있다. 악취의 근원지는 외피의 과육질에 있다. 과육질에는 탄소가 4~6개로 이뤄진 지방산들이 포함돼 있다. 이를테면 상한 버터냄새로 알려진 탄소 4개의 '뷰티릭산'(butyric acid)이다. 또 탄소 6개로 이뤄진 '헥사노익산'(hexanoic acid)도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탄소가 4~6개로 이뤄진 지방산과 이들이 변형 분자는 발고린내와 매우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알려졌다.

냄새만이 문제는 아니다. 외피에는 가려움이나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들이 있다. 피부의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빌로볼'(Bilobol)도 포함돼 있다. 빌로볼 분자는 옻나무에서 발견되는 분자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피에 담긴 또다른 물질 '은행산'(ginkgoic acid)도 때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다.

은행나무가 이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유독물질을 뿜어내는 이유는 일종의 '자기방어'를 위해서다. 곤충이나 동물이 은행종자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냄새와 유독물질은 내는 것이다.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을 피하기 위해 도심 가로수를 은행 수나무만 심으면 안되는 것일까. 은행나무의 암·수나무 구분은 꽃의 모양과 열매 맺음의 여부로도 구별이 가능하다. 암나무의 꽃은 녹색이며 꽃자루에 밑씨가 있지만 수나무 꽃은 연한황록색이고 수술이 있다. 즉 묘목일 때는 육안으로 암·수 구별이 어렵다.

다만 과학기술을 통해서는 구분이 가능하다. 지난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 은행나무 잎에서 DNA를 분석해 수나무에서만 확인되는 특정 유전자를 찾았다. 연구성과는 국내와 중국에서 특허등록을 마쳤다. 올초 한국유전자정보연구원 등 2곳에 기술이전이 완료됐다.

안지영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연구사는 "이 기술은 어린 묘목의 잎을 분석하는데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암수나무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다"면서 "가을철 도심 가로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은행나무 농가나 조경산업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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