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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돌아온 최용수 "불신의 서울, 칭찬과 대화가 필요하다"[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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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용수 감독이 자신의 서울 복귀전인 20일 제주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사전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서귀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친정팀 서울로 돌아온 최용수(45) 감독은 지난 2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원정 경기에 앞서 취재진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불과 두 달 전 그가 방송에서 하던 유쾌한 해설이 연상됐다.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지난 11일 서울과 3년 계약에 사인한 그는 이후 미디어와 접촉을 아예 끊고 선수단 정비에만 몰두했다. 그런 그가 제주전을 앞두고 20분이 약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전했다. 서울은 이날 결국 수비 실수로 0-1로 패했다. 스플릿시스템 하위리그(그룹B)에서 생존 경쟁에 본격 돌입한다. 최 감독은 남은 5경기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으나 “선수들의 적극성이 늘어났다”며 긍정적인 면도 내다봤다. 제주전 사전 인터뷰를 통해 그가 진단한 서울, 그리고 그가 구상하는 축구인생은 어떤 것일까.

◇“기강 잡기? 칭찬과 대화가 필요하다”

최 감독은 서울의 강등권 싸움을 앞두고 부임했다. 위기 속에서 친정팀에 돌아온 셈이다. “왜 지금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지도자의 운명으로 본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난국을 타개해나가는 것이 묘한 재미”라고 했다. 그는 서울의 문제점을 ‘불신’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 자신감이 떨어져 있고, 내부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얘기다. “남 탓을 할 필요가 없다. 선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우리 본 모습이 이런 게 아니라 조금 안타깝다”는 최 감독은 정신력 강화보다는 대화의 힘을 꺼냈다. “희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 기강을 잡는 등 정신력으로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그는 “우리 선수들이 착하다보니까 약간 소극적이다. 잘할 수 있는데 장점을 못 꺼내서 안타까웠다. 내부 진단을 해보니 공격 따로, 수비 따로다. 대화를 주문했다. 내가 온 뒤 선수들끼리 말이 많아졌고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는 칭찬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최 감독은 “옆 포지션 선수들, 동료들과 친해져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물론 지금 공격진이 데얀이나 몰리나가 있던 시절과는 비교될 수밖에 없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며 자신이 처음 서울 지휘봉을 잡았던 2011년 4월에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갔음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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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서울 감독이 20일 제주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주장 김남춘과 대화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랑스 축구 많이 봤다…올해는 4-3-3+스리백”

최 감독은 “올시즌 4-3-3과 스리백 등 두 가지 포메이션을 혼합해서 쓰겠다”고 했다. 그는 제주전에선 김남춘과 김원균 김동우를 후방에 세우는 3-5-2 포메이션을 채택했다. 실수에 의한 실점은 분명 뼈아팠지만 낙제점을 줄 만큼 형편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감독 인생의 후반기 출발점”이라며 서울의 두 번째 부임에 큰 의미를 둔 최 감독은 “내 젊음과 청춘을 여기(서울)에 바쳤다. 1년 동안 밖에서 보면서 상당히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어 “지금 여기서 꽃을 피우고 싶다. 출근길이 너무 즐겁다. 물론 선수들과 싸우고 머리도 아프다. 처음 하루 이틀은 낯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맑아졌다”는 말로 서울 복귀가 자신의 인생에 강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지난 해 5월 중국 장쑤에서 물러난 뒤 1년 5개월간 해설가 등으로 보낸 휴식기가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는 점도 전했다. 최 감독은 “(월드컵 우승팀)프랑스 축구를 많이 봤다. 공격은 4-3-3, 수비는 4-4-2로 세련되게 축구를 하더라. 점유율보다는 효율적으로, 시간 싸움을 해야한다”며 “볼 돌릴 시간에 직선 패스를 해야 한다. 또 창의성, 자율성이 필요하다. (해설하며)안에서 못 보던 것을 봤다”며 최근 세계축구의 흐름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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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이 20일 제주와 원정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박주영의 경험과 기술 인정…나 땐 문제 없었다”

서울은 올해 고참이자 간판 공격수인 박주영의 기량과 행동이 도마 위에 올라 곤욕을 치렀다. 박주영은 서울의 시즌 첫 골 외엔 득점이 없다. 이에 더해 SNS에 올린 글들로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위기 때 팀을 다잡아야 할 선수가 오히려 팀을 흔드는 것처럼 여겨졌다. 자신이 서울에 있던 지난 2015년 3월 박주영을 영입한 최 감독은 “내가 (예전에)있었을 땐 (박주영에게)큰 소동이 없었는데…”라며 “감독은 주전으로 뛰는 11명이 아니라 출전 못하는 선수들까지 40명을 전부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서울 모든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 박주영이 갖고 있는 기량과 경험을 인정했다. 최 감독은 “박주영은 지금 편도가 부어서 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제주 오기 전 수~금요일(17~19일) 훈련했다”며 “그의 경험과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패스, 기술은 인정해야 한다. 주영이를 (제주전에)데려다 쓰려고 했다. 전방 스트라이커들이 솔직히 기대 이하다. 주영이의 정서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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