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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설현, 아이돌 꼬리표 떼낸 ‘고구려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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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주&] 영화 <안시성> 김설현

“고구려에 아이돌이 존재했다면 이런 여성”

<강남 1970>으로 영화계 진출한 아이돌 스타

<살인자의 기억법> 거쳐 <안시성>으로 성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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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남자보다 말을 잘 탄다. 석궁 솜씨는 백발백중이다. 몸놀림은 재빠르고 군더더기가 없다. 영화 <안시성>에서 김설현은 고구려 장수 양만춘(조인성)의 여동생이자 여자들로 구성된 백하부대 장수인 백하를 맡았다. 백하는 연개소문의 여동생 연수영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로 연수영이 여성 부대를 이끌었다는 기록이 야사에 있다. 일당백의 기세로 적의 후방에 침투하는 모습이 용맹하고, 석궁을 쏘는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다. 영화를 연출한 김광식 감독이 “고구려에 아이돌이 존재했다면 아마도 백하 같은 여성이지 않았을까”라고 말했을 정도니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말 다 했다.

김설현이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도 그래서다.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 동시에 재미있을 것 같았다.” 캐스팅되자마자 그는 액션과 승마 연습부터 시작했다. “액션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다른 모습들도 어색할 것 같아서 열심히 연습했다.” 아이돌 그룹 AOA의 멤버이기도 한 그에게 몸을 쓰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소 안무를 했던 까닭에 액션, 승마 연습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성실하게 준비한 덕분일까. 한때 그를 따라다니는 연기력 논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들어갔다.

앞에서 짧게 언급한 대로 김설현은 아이돌 출신 배우다. AOA의 싱글 곡 ‘사뿐사뿐’은 발매 당시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고, 그 덕분에 AOA의 설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그가 ‘배우 김설현’을 알리게 된 작품은 드라마 <내 딸 서영이>(2012)다. 학창 시절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뚱뚱하다는 이유로 퇴짜 맞은 뒤 다이어트를 해 그 남자에게 갚아주는 은수를 차분하게 그려내는 모습이 첫 연기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했다. 이후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2013)를 찍고 영화 <강남 1970>(2014)에 출연하면서 영화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강남 1970>은 그에게는 영화 연기를 하나씩 알아가는 작업이었다. 이 영화에서 김설현은 건달 생활을 청산한 강길수(정진영)의 딸이자 김종대(이민호)의 여동생인 선혜를 맡았다. 영화 촬영은 처음이라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실수할까 봐 긴장을 많이 했지만 정진영과 이민호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덕분”에 그는 영화에 첫발을 무사히 내디딜 수 있었다. “첫 영화라 현장에서 굳어 있으니 선배들이 장난도 걸고, 말도 한마디씩 붙여주면서 편안하게 해주셨다. 긴장하면 실력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연기에 정답은 없다고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강남 1970>은 중국에서도 개봉했다.

배우로서 그가 본격적으로 인정받게 된 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김병수(설경구)의 딸 은희를 맡았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지켜봐야 하는 참담함을 느끼는 동시에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야 하는 복잡한 내면을 풍부하게 표현해냈다. 설경구라는 ‘연기 선수’ 앞에서 기죽을 법도 한데 오히려 애틋한 부녀 관계를 그려냄으로써 김설현은 설경구에게 “배우 얼굴”이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열연한 결과는 <안시성>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 김광식 감독은 “(<안시성> 출연을 제안한 것에 대해 걱정되기도 했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고 나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감정 연기가 쉽지 않은데도 집중력 있게 잘해냈다”고 말했다.

영화 출연작이 세 편에 불과하지만 매 편 눈에 띄게 성장하는 덕분에 이제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그의 이름 앞에서 떼어내도 될 듯하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그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는 무궁무진하다. 그것이 그의 다음을 기대하는 이유다.

글 김성훈 <씨네21> 기자·사진 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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