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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다이어트 음료 마셨더니 배가 아파요" 글 올렸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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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윤정 (변호사) 기자] [편집자주] 두 아들을 둔 엄마 변호사입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소소한 문제들의 법적 쟁점과 해결책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드립니다.

[the L] [엄마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비판적 이용 후기와 사이버 명예훼손의 문제

머니투데이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혜진(가명)씨는 이른바 '셀럽'(Celebrity·유명인)으로 불리는 A씨가 운영하는 미용제품 판매 사이트에서 다이어트 음료를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판매자 A씨가 알려준 방법대로 마셨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극심한 복통과 생리불순과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제품 복용을 중단하자 증상은 바로 개선이 됐고, 혜진씨는 그제야 다이어트 음료가 병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혜진씨는 해당 판매 사이트 후기 게시판에 자신이 겪은 증상들을 기재하며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혜진씨가 작성한 후기는 순식간에 삭제됐습니다. 이에 혜진씨는 재차 후기 게시판에 같은 내용의 후기를 올리고 후기 삭제를 항의하는 글을 추가로 작성했으나 판매자에 의해 모두 삭제됐습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친구도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혜진씨는 다이어트 음료를 먹고 자신이 겪은 증상들과 판매자 A씨의 대응 태도에 관해 작성한 글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미용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에 게시했습니다.

이에 A씨는 혜진씨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 혜진씨가 후기를 게시한 행위는 위법할까요?

▶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이른바 ‘사실적시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인되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ㆍ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대법원 2012도10392 판결 등 다수).

특히 소비자는 물품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와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대해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가 있고(소비자기본법 제4조),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정보 및 의견 제공과 교환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물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인터넷에 자신이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에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이기도 합니다(대법원 2012도10392 판결).

이 대법원이 2012도10392 판결은 피고인의 산후조리원 비판 후기 게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로 “➀ 후기가 실제 이용자로서 겪은 일과 이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담은 것인 점, ➁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게시글의 주요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점, ➂ 산후조리원에 관한 정보는 임산부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피고인 역시도 조리원을 이용하려는 임산부의 신중한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글을 게시했다고 동기를 밝힌 점, ➃ 같은 내용의 글을 반복 게시했지만 이는 피해자 측의 요청으로 인터넷에서 삭제되거나 게시가 중단된 것에 기인한 점, ➄ 게시한 글의 공표 상대방은 인터넷 카페 회원이나 산후조리원 정보를 검색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에 한정되고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라 보기 어려운 점, ➅ 서비스를 이용한 모든 소비자가 만족할 수는 없으므로 영리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해자로서는 불만 있는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어느 정도 수인해야 하는 점, ➆ 비판 후기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한 정도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및 의견 교환에 따른 이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었습니다.

이 같은 점에 비춰볼 때 혜진씨가 판매 사이트의 후기 게시판과 자신의 SNS, 미용정보 공유 카페에 올린 글은 다이어트 보조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정보에 해당하고 관련 글을 검색하는 인터넷 사용자에 한해 노출되는 것이며 실제 음료를 구입한 혜진씨가 음용 후 자신이 겪은 증상을 주관적 평가와 함께 담은 이용 후기인데다가 비판에 대한 A씨의 대응 태도를 사실대로 기재한 것이므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대법원 2010도10864 판결 등 다수), 설령 혜진씨가 글을 게시하는 과정에서 제품 환불과 같은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혜진씨가 게시한 글이 사실을 다소 과장하거나 판매자의 판매 행태에 관한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을 넘어 명백한 허위 사실이나 판매자의 신상 등 개인에 대한 모욕을 포함하고 있다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박윤정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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