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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갈등 재연 한국GM 노사, 일방통행은 공멸의 길임을 명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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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정상화 5개월 만에 노사 갈등이 재연됐다. 한국GM은 19일 오후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안건을 의결했다. 전체 1만여 직원 중 연구개발 인력 3,000명을 분리해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그간 국내 판매용 차량만 개발해 왔지만, 앞으로 본사 조직인 GM 테크니컬센터 한국 법인으로 키워 글로벌 전략 차종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본사 지휘를 받으며 일하는 조직인 만큼 별도 법인을 만드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한국 탈출을 위한 수순”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연구개발 인력만 분리하는 것은 생산직을 구조 조정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산은은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해 민간기업에 세금이나 다름없는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GM은 2대 주주인 산은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인 설립을 밀어붙였다. 산은이 법적 대응에 나서더라도 법인 분리 작업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조 반발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GM은 그간 실적이 부진했던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 잇따라 철수했고 5월에는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적자가 누적되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R&D 법인 설립을 ‘먹튀 전 단계’로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희박하다. GM은 5월 산은의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10년간 공장 유지를 약속한 상태다. 중국GM도 생산과 연구 부문이 분리돼 있지만 별 잡음 없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사상 최악의 위기에 놓여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저성장으로 수출, 내수 모두 내리막길이다.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일자리는 줄고 있다. GM 노사는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내수시장에서 성과를 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노사ㆍ주주 갈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경영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제품을 누가 구입하려 하겠나. 한국GM이 다시 힘차게 달릴 것이냐, 공멸의 길을 걸을 것이냐는 오로지 구성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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