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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주신화월드 '잭팟의 꿈', 회장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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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의 국내 최대 복합 리조트 '제주신화월드'. 중앙부에 위치한 5581㎡(약 1700평) 면적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손님은 20명도 되지 않았다. 손님보다 카지노 딜러가 곱절로 많았다. 할 일 없는 딜러들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점심시간인데도 20여 개에 이르는 레스토랑 중 문을 연 곳은 10여 개에 불과했다. 한 식당의 종업원은 "두 달 전만 해도 중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요즘은 중국어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8월 중순 본지가 신화월드를 찾았을 때 카지노는 평일 오전임에도 수백 명의 입장객으로 북적였다. 2월 말 문을 연 이 카지노는 상반기에만 369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개월여 만에 제주도 내 8개 카지노가 작년 1년 동안 올린 매출(1365억원)의 3배를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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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로 북적이던 신화월드, 지금은 썰렁 - 지난 8월 중순 제주도 서귀포의 복합 리조트 제주신화월드의 카지노가 중국인 등 외국인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왼쪽 사진). 그러나 지난 18일 찾았을 땐 입장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오른쪽 사진). 설립자인 양즈후이 란딩인터내셔널 회장이 8월 말‘실종’된 후 확 달라져 버렸다. /이태경·김충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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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반전된 것은 8월 23일 란딩인터내셔널의 대표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이 캄보디아에서 사라지면서이다.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신화월드를 만든 양즈후이 회장이 중국 공안 측에 잡혀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지만, 이후 행적은 감감무소식이다. 신화월드는 양 회장 '실종' 후 매출 자체가 마이너스(-)가 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업계에선 "여배우 판빙빙이나 인터폴 총재 멍훙웨이처럼 양 회장도 중국 당국에 갑자기 구금되면서 애꿎은 제주도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 회장이 캄보디아에서 실종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당일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던 란딩인터내셔널 주가는 35% 폭락했다. 신화월드를 찾는 중화권 VIP(귀빈)의 발길도 끊어졌다. 카지노업계에 따르면 최상위 VIP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 양 회장 본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양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중화권 거부(巨富)들이 신화월드 카지노를 많이 찾았는데, 이들이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양 회장이 중국 당국에 구금된 상황에서 양 회장이 운영하는 카지노를 출입하다 '찍힐' 것을 우려해 발길을 돌린 이도 많다고 안다"고 말했다. 현재 란딩인터내셔널은 양 회장의 아내가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즈후이 실종에… 1조7000억원 투자한 신화월드는 존망의 위기

카지노 VIP 고객이 오지 않으면 복합리조트 전체의 경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복합리조트의 영업 구조는 숙박·외식·테마파크 등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해 VIP 고객들이 카지노에서 큰돈을 쓰도록 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 3694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신화월드 카지노는 지난달엔 매출이 마이너스 30억원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매출은 카지노 산업의 특수성에서 나온다. 카지노에서 수억원의 돈을 쓰는 VIP들은 매번 방문할 때마다 카지노칩을 현금으로 바꾸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칩을 카지노 측에 맡겨 놓는다. 그런데 VIP들이 맡겨놓았던 칩을 한꺼번에 찾아 현금화하면 카지노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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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이는 VIP들이 신화월드를 다시 오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신화월드를 퇴직한 A씨는 "양 회장이 왜 잡혀갔는지,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VIP 손님까지 끊어지자 1900여 명의 한국인 직원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문을 열 다른 복합리조트로 이직을 준비하는 이도 많다"고 했다.

◇1조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었던 신화월드 2단계 사업… 파행 불가피할 듯

양 회장의 실종으로 신화월드의 2단계 사업 진행도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단계 개장을 한 신화월드는 2020년까지 추가로 신화리조트, 테마파크 '라이언스게이트 무비월드', 포시즌스 호텔 등을 건립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당초 신화월드 측은 "2단계 사업을 위해 약 1조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고, 추가로 3500여 명의 직간접 고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관광업계에선 "당장 내일 양 회장이 풀려난다 해도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난 양 회장을 위해 투자에 나설 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신화월드의 쇠락에 제주자치도 역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신화월드 카지노의 매출 고공 행진으로 전년보다 약 9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둘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매출의 10%를 '제주관광진흥기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세수입이 애초에 기대한 것보다 400억~500억원 줄 것으로 보인다.

비상 경영에 들어간 신화월드 측은 20만원대이던 리조트의 1박 요금을 최대 8만원대까지 할인하고 1박 예약 시 추가 1박을 제공하는 '1+1 서비스'를 내놓는 등 내국인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신화월드 측은 "2단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국인 고객을 적극 유치하는 등 위기 돌파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화월드 사태를 보면 중국 관련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양 회장, 中 100대 부동산 재벌

홍콩매체 "양 회장 실종에는 中 자산관리공사 부패 관련"


양즈후이(仰智慧·47) 란딩(藍鼎)인터내셔널 회장은 중국 상하이 서부 안후이성 출신이다. 양 회장은 2006년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회사를 설립한 후 6~7년 만에 이 일대 부동산 신도시 개발 사업을 휩쓸며 사세를 키웠다.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중국 100대 부동산 재벌 반열에 오른 양 회장은 이후 홍콩 부동산 업체도 인수하며 카지노·테마파크 등 복합 리조트 개발로 눈을 돌린다. 2013년 제주 신화역사공원 부지를 매입해 2018년 신화월드를 개장(1단계)했다. 양 회장은 "허페이 신도시 개발도 허허벌판에서 시작했다"며 신화월드 개발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었다. 홍콩 매체들은 "양 회장의 실종이 중국 최대 자산관리공사 화룽(華融)그룹의 라이샤오민(賴小民) 전 회장 부패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중국 당국은 라이 전 회장 자택에서 한화 400억원대의 은닉 현금을 찾아냈다.

서귀포=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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