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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굶주림과 폭력범죄 벗어나자"… 점점 불어나는 온두라스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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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명에서 1주일새 4000명으로

2009년 쿠데타 이후 혼돈 빠져

온두라스를 떠나 미국 남부 국경으로 향하는 온두라스인들의 '캐러밴(Caravan)' 행렬이 18일(현지 시각) 멕시코 국경 근처까지 이르자 미국과 멕시코가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캐러밴은 중남미 국가에서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으로 진입하려는 이주민 행렬을 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멕시코가 이 같은 맹공격(캐러밴)을 중단시킬 수 없다면 미군을 소집하고 남쪽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며 "남쪽 국경에 대한 공격은 나에게는 무역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날 국경지대로 경찰력을 추가 배치하고 유엔난민기구(UNHCR)에 도움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다시 트위터를 통해 "생큐, 멕시코"라고 했다.

온두라스 이주민 행렬은 160명 규모로 시작돼 현재는 4000여 명으로 불어났다. 도대체 온두라스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들은 굶주림과 위험을 감내하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걸까.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캐러밴 행렬은 지난 12일 온두라스 북부의 산페드로술라시에서 시작했다. 바르톨로 푸엔테스 전 온두라스 국회의원이 같은 날 현지 매체에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산페드로술라에 모인 200명 모임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파가 늘었다. 이들은 15일 과테말라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과테말라 국경을 넘으면서 2000명 규모로 불어났고, 멕시코 국경지대에 가까워지면서 4000여 명까지 늘었다. 이동 중 범죄에 노출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로 뭉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트위터에서 "캐러밴이 온두라스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미국은 온두라스에 더 이상 돈이나 원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이주민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가디언은 2009년 군부 쿠데타 이후 극심한 빈곤과 범죄가 탈출 행렬을 늘어나게 만든 이유라고 했다. 2009년 6월 당시 좌파 성향의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은 의회와 대법원 등의 반발에도 자신의 4년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군인들이 국민투표 몇 시간 전 쿠데타를 일으켜 셀라야 대통령을 국외 추방했다.

이후 온두라스는 급속도로 망가졌다.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군이 충돌하면서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은 굶주렸고 마약·폭력 범죄가 만연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온두라스에서 하루 2150원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의 비율은 2009년 58.8%에서 2012년 66.5%까지 늘어났다. 살인율도 2009년 10만명당 65.7명에서 2011년 85명으로 급증했다. 멕시코보다 4배 높고, 미국의 17배에 달한다. 이런 빈곤과 범죄를 피해 모국을 탈출하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쿠데타 다음 해인 2010년 49만명이 온두라스를 떠났다. 2017년에는 60만명에 달했다. 이번 캐러밴 행렬에 참가한 온두라스인 패니 로드리게스(21)는 뉴욕타임스에 "화려한 것을 바라고 (미국으로) 가는 게 아니다. 내 딸들에게 음식이나 옷처럼 꼭 필요한 것들이라도 주고 싶어서 간다"고 했다.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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