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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4차산업혁명 칼럼] 과대 포장된 인공지능(AI), 한국에도 기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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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엑셀 프로그램에 훨씬 가까운 AI 기술 수준

아직도 본질적 한계 많고 글로벌 기업도 막 시작 단계

20여년간 IT 분야 성공한 한국, AI 强國 될 수 있어

조선일보

비벡 와드와 미국 카네기멜런대 석좌교수·하버드대 로스쿨 특별연구원


대통령 직속 4차산업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은 얼마 전 "2022년까지 세계 4대 인공지능(AI) 강국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는 한국이 AI 분야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만 AI 초강대국이 될 것"이란 일부 관측도 불안을 증폭시킨다. 정말 그럴까.

실상을 보면 AI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을 뿐이다. 'AI 초강대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획기적인 AI 사업 모델로 돈을 버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전무(全無)하다.

물론 구글의 AI인 '알파고'가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을 물리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구글·테슬라·도요타 같은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기술적인 돌파구를 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지 않길 바란다. 바둑이나 게임은 매우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자율주행차도 여전히 훈련 중인 상태다.

알파고는 서로 다른 두 AI 체계가 상호 경쟁을 통해 학습하는 방식으로 바둑을 배웠다. 알파고 A와 B가 엄청난 양의 대국(對局)을 하면서 실전 훈련을 한 것이다. 대단한 학습 능력이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두 대의 AI가 바둑을 둘 때 수많은 경우의 수(數)는 각각 승리 또는 패배라는 명확한 형태의 결과물로 나온다는 점이다. 많은 양의 대국을 할수록 좋은 수를 찾기 수월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는 바둑 같은 보드 게임과 달리 미리 분명하게 결정된 규칙이나 결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AI가 수많은 자신의 결정 가운데 어떤 행동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며 학습할 수 없다는 뜻이다. AI 시스템이 수집한 정보를 이해하고 이걸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현재로선 인간만 할 수 있다.

구글의 웨이모는 지금까지 1000만마일이나 시험 운전을 했지만 지금도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채로 움직이는 '무인(無人)차' 수준은 아니다. 심지어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파일럿'은 15억마일에 달하는 차량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여전히 신호등에서 제대로 서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오늘날의 AI 시스템은 뇌신경을 모방한 딥러닝(심층 학습) 기술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다. 당신은 한 번 고양이를 보면 그 이후에는 다른 종(種)의 고양이를 봐도 그게 고양이인 줄 안다. 하지만 AI는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려면 사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제공받아 이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저장해야 한다.

여기에 AI의 본질적 한계가 있다. AI는 결국 제공받은 데이터만큼만 똑똑해진다. 스스로 분석한 내용을 인간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스스로 내린 분석을 다른 맥락의 상황이나 시나리오에 응용도 할 수 없다. 현재 기술 진화 수준만 놓고 판단하자면 AI는 '생각하는 사람(thinker)'보다 수치 계산이나 통계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는 응용 프로그램인 '엑셀'에 훨씬 가깝다.

AI 진화가 더딘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을 설계한 사람조차 이 AI가 어떻게 일을 수행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예컨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승리했을 때 수많은 묘수(妙手)를 연발했지만, 알파고 개발자는 그게 왜 묘수인지, AI가 어떻게 그 수를 습득했는지 모른다. AI에 일종의 '블랙박스'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면 이 AI의 의사 결정 논리를 알아야만 한다.

미국 아마존이 이달 초 AI 채용 시스템을 폐기한 게 그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 AI는 이력서에 '여성'이란 단어가 있으면 감점을 줬는데, 아마도 과거에 합격·불합격한 지원자들의 이력서 데이터를 다량 학습한 AI가 그 속에서 '여성을 차별하라'는 패턴을 찾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굉장히 똑똑해 보이는 AI도 생각보다 쉽게 속는다. 구글 연구 그룹은 최근 AI 시스템이 천연색 스티커 한 장으로 바보가 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AI는 97%의 확률로 바나나를 알아챘지만, 바나나 옆에 이 원형 스티커를 붙이자 99%의 확률로 바나나를 토스터기로 인식했다.

오해하지는 마시라. AI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다만 본격적인 AI 경쟁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제 막 뛰어드는 단계이며 성공했다는 일부 기업들은 잘못된 과장 홍보를 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지난 20여년간 IT 분야에서 성공했던 것처럼 AI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

[비벡 와드와 미국 카네기멜런대 석좌교수·하버드대 로스쿨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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