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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91] Never se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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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안주하지 말라(Never settle)’.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올해 내건 문구입니다. ‘절대로 중도에 만족하지 말고 정상에 오를 때까지 최선을 다하라(Never settle for anything less than awesome)’는 게 함의(含意)입니다.

1947년에도 그걸 외친 야구인이 있습니다. 브루클린 다저스의 브랜치 리키 단장입니다. 그는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세우기 위해 전대미문의 혁명을 일으킨 리더입니다. 혁명이란 흑백 차별이 살벌했던 시대에 최초로 흑인을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한 결단입니다. 훗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 선수는 재키 로빈슨. 등번호는 42. 그들의 실화(實話)가 '42'(사진)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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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흑인 선수'에 대한 백인의 반감은 급기야 살해 협박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동료 선수들마저 함께 뛰길 거부합니다. 40년 전 대학팀 감독일 때 한 흑인 선수가 인종차별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던 단장은 재키를 전폭적으로 감싸면서 'Never settle'의 투지를 북돋웁니다.

"제물이 안 되려면 백인에게 '맞서 싸우지 않을 배짱'을 키워야 해." 재키가 분노를 터트릴 때마다 단장은 그리 가르칩니다. 그걸 실천하는 재키의 비폭력 저항은 차츰 백인의 태도를 바꿔놓습니다. 단장의 리더십과 재키의 괄목할 활약은 팀을 그해 가을 월드시리즈에 이끕니다.

'누군가의 구름 속에 무지개가 돼라(Be a rainbow in someone's cloud).' 미국 흑인 시인 마야 안젤루의 은유입니다. 이렇게 변주해봅니다. '누군가의 암흑 속에 등대가 돼라(Be a lighthouse in someone's darkness).' 영화 끝 부분을 채운 옛날 사진과 해설은 리키 단장처럼 사후에도 무지개와 등대로 빛나는 재키의 업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브루클린 다저스의 후신은 ‘괴물’ 투수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입니다.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견인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그가 오늘 꼭 선전(善戰)하길 기대해봅니다.

[이미도 외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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