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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Why] 유아기부터 경쟁 살벌… 의대 갈 아이 '初6'에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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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의 대치동 24시]

조선일보

서울 강남의 한 영어 유치원. 대치동 아이들은 ‘초6’이 되기 전까지 버거울 정도로 많은 학원에 다닌다. / 조선일보DB


대치동의 유아 대상 영재 교육 전문학원에서는 만 3세부터 레벨 테스트를 한다. 영재성 검사라 불리는 테스트에서 상위 3% 이내에 들어야 정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3~5%나 그 이하의 반은 별도로 운영된다. 수학·과학·사회·언어 등 영역별로 놀이 수업을 하는데, 인기 있는 학원은 주말에 지방에서 올라오는 유아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유치원 교육이 시작되는 만 5세에 두 번째 레벨 테스트를 치른다. 이른바 '영유'라 알려진 영어유치원 입원 테스트다. 영재 교육 프로그램에 '영어'를 얹은 이 학원들은 영재 테스트와 더불어 영어 시험을 동시에 보는데, 영유 재수를 하는 유아가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이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원어민 회화 개인 과외를 시키거나 피닉스 등 영어 선행학습을 한 뒤에 재도전한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과목별로 여러 학원의 레벨 테스트가 포진해 있다. 한 과목당 두세 군데 이상의 학원을 정해놓고 테스트를 받으러 다니니, 국·영·수 세 과목 학원에 다니려면 한 달에 치러야 하는 레벨 테스트가 10번이 넘는다. 중학교 1학년부터 참가할 수 있는 고난도 사고력 유형의 시험인 '중등 수학올림피아드(KMO)'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하반기까지 수학 상·하(고1 과정)를 마치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실전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 초6까지 선행학습을 끝내주는 유명 수학 학원 상위반의 레벨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 몇 차례나 고배를 마시고, 또다시 도전하는 초등학생 수학 재수생이 적지 않다. 영어 학원도 마찬가지다. '초6까지 영어를 끝낸다'는 계획표를 갖고 움직이는 우수 학생들이 다니는 어학원들은 입원 문턱이 높기로 유명하다. 역시 과외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 후 재도전한다. 이렇듯 대치동 아이들이 대학 입학 전까지 치러야 하는 레벨 테스트 횟수는 암산으로는 버거울 정도로 많다.

유아기부터 살벌한 경쟁을 거치는 대치동의 요즘 공식은 '의대나 로스쿨에 갈 아이들은 초6에 정해진다'는 거다. 왜 초등학교 6학년일까?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 전략은 고입과 대입을 넘어 법조인, 의사, 고위 공무원 등 자녀를 사회 엘리트층에 진입시키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고소득 전문직'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영어·수학은 기본이고 논술과 논증·자료해석 등을 평가하는 시험을 두루 통과해야 한다. 이런 시험들은 단기간에 준비해 고득점을 올리기가 어렵다. 어릴 때부터 습관화된 훈련을 통해 읽고, 말하고, 생각하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최근 중·고등학교에선 지필고사 대신 토론이나 글쓰기 등으로 점수를 매기는 수행평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대치동 엄마들은 영·유아기부터 아이들을 단련시켜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기초체력을 키워야 앞으로 치를 각종 시험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는 토대가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6'이다.

코앞에 닥친 학교 시험만이 아닌 고입과 대입을 넘어 취업에 이르기까지, 10년을 훌쩍 넘는 장기 전략을 가지고 움직이는 대치동 엄마들의 자녀 교육 열정. 한편에서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며 칭찬하고, 반대편에서는 아이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사회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받는, 대치동 엄마의 두 얼굴이다.

[김은실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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