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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로봇이 피자 나르고 버거 만들고…최저임금發 `기계의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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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업 무인화 열풍 ◆

매일경제

외식업계에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얌샘김밥이 도입한 라이스시트기는 김 위에 밥을 고르게 펴주는 역할을 1초 만에 해내는 등 1명의 노동력에 맞먹는다. 무인화 덕분에 보통 김밥집에서 2명이 하는 김밥 싸는 일을 얌샘김밥에서는 1명이 담당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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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회전스시 체인점 '구라스시' 시나가와역점. 이곳에서는 초밥이 100엔밖에 안 한다. 초밥 만드는 기계를 활용해 시간당 3600개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인기가 높아 도쿄 외곽에만 지점을 29개나 두고 프랜차이즈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 토픽에서 익숙하던 음식점 무인화 열풍이 국내에도 상륙해 광속으로 퍼지고 있다.

분식업종으로는 이례적으로 얌샘김밥이 최근 음식 제작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해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김밥을 만들 때 밥을 고르게 펴는 작업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힘든 작업으로 꼽히는데, 이곳에서는 '라이스시트기'란 기계가 사람 대신 이 일을 해준다. 이 덕분에 매장을 소규모 인력으로 꾸릴 수 있고, 동시에 이들이 주방과 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빠른 접객으로 회전율도 높아졌다. 얌샘김밥은 현재 남영점, 보은점, 신탄진점 등 5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 중인 '라이스시트기' 사용 매장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얌샘김밥의 경우 야채절단기는 채 써는 작업을, 김밥절단기는 김밥을 3초 만에 자르는 작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체력 부담을 덜어주고 부가적인 효용도 커서 젊은 점주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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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햄버거 매장 버거플랜트도 가맹사업 확대를 앞두고 현재 최소한 인력으로 매장을 운영할 방안을 마련 중이다. 햄버거 제작의 상당 부분을 기계에 맡길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균일하게 햄버거 패티를 굽는다든지 가맹점주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연내 버거플랜트를 정식 브랜드로 론칭하게 되면, 현재 코엑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테스트 매장도 기계화 콘셉트로 리뉴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죽 전문 프랜차이즈 본죽도 조리 부문 무인화를 적극 검토 중이다. 죽은 제품 특성상 조리 과정에서 계속 저어줘야 하는데, 죽 젓는 기계를 도입해 가맹점 내 인력 수요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분식업계의 무인화 움직임은 인건비는 오르고, 가정간편식 형태 분식 제품이 쏟아지는 등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으며 '고봉민김밥人'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분식업종뿐 아니라 외식업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8만7540곳 중 5589곳이 계약을 종료(1961곳)하거나 해지(3628곳)하면서 폐점률이 6%에 이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커피·음료(8.5%), 치킨(7.5%), 기타 외식모음(7.3%) 폐점률이 1·2·3위를 차지하며 외식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올 상반기 외식업계 주요 화두였던 키오스크 역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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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피자헛의 서빙 로봇 딜리. 매장 내 장애물을 인식하면서 피자를 서빙한다. [사진 제공 = 한국피자헛]


키오스크 1대가 평균 1.5명의 인력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외식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달 말 생과일 주스 전문점 '쥬씨'는 가맹점 수익 증대 차원에서 키오스크 도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쥬씨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과 업무제휴를 맺고, 음료 주문에 특화된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서울 노량진에서 출발한 베트남 쌀국수 프랜차이즈 '미스사이공'은 키오스크를 발판으로 2년 만에 가맹점이 260여 개로 확대됐다. 미스사이공 관계자는 "무인발권기를 도입한 덕에 인건비가 절약되다 보니 쌀국수 가격을 평균의 절반인 4000원 정도로 낮춰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햄버거업계는 키오스크 확산세가 가장 빠른 곳이다. 2014년 업계 최초로 키오스크를 도입한 롯데리아를 비롯해 햄버거 업체 빅3(롯데리아·맥도널드·버거킹)는 연내 전 매장에 키오스크 도입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외식업계 무인화는 매장 서빙 부문까지 도입됐다. 한국피자헛은 지난 8월 배달의민족과 함께 외식업계 최초로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딜리)'를 도입해 2주간 시범 운영했다. 딜리는 국내 최초로 선보인 서빙 로봇으로, 매장 내 테이블 사이를 자율 주행하며 음식을 운반한다. 창업컨설팅을 하는 이홍구 창업의신 대표는 "치솟는 인건비가 외식업계 큰 부담으로 다가오며 무인 빨래방, 무인 커피점 등 인력을 줄일 수 있는 창업 아이템 문의가 급증했다"며 "무인 외식업은 메뉴 단가를 낮추기 때문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무인 매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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