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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실직 불안감…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의 새 화두 '로봇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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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노동자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의 예상대로 2029년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인지능력을 갖게 된다면 그간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소멸에서 비교적 비켜나 있던 전문직 중산층도 안전하지 않다.

이에 사회적 충격을 우려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이 ‘로봇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다. 그는 지난해 2월 한 인터뷰에서 자동화 확산을 지연시키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매기자고 주장했다. 로봇이 사람과 동일한 일을 한다면 비슷한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이 부를 축적하는 반면, 노동력밖에 갖지 못한 노동자들은 대량실업에 직면하고, 정치적으로도 극단적인 선택이 횡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안전장치다. 소비 감소 같은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편으로도 꼽힌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존의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10~20년이 문제다. 3차 산업혁명이 컨베이어벨트에 맞춰 일하는 방식의 ‘포드주의’에 바탕을 뒀다면, 4차 산업혁명은 로봇과 로봇, 로봇과 인간이 맞춰 일하는 방식으로 노동현장의 규칙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존 일자리에 나타날 큰 변화는 불가피하다. 매킨지 컨설팅에 따르면 전 세계 일자리의 14%에 해당하는 최대 3억7500만명은 완전히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자동차의 등장에 따라 실직한 마부가 곧바로 택시운전사로 취업하지 못했던 것처럼, 산업전환기 노동자들은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기본수당’에 대한 논의가 과거에 비해 점차 힘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높아지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 정부가 ‘뗏목’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로봇세를 둘러싼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인간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로봇의 형태를 어떻게 정의할지, 그 영향을 어떻게 계량화할지 등 복잡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반대론자들은 로봇세가 중간재에 대한 과세인 데다 로봇산업에 대한 부당한 규제가 전체 산업의 생산혁신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 로봇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을 들어 오히려 국가경쟁력의 후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노동, 자본, 기술, 정치 등이 복잡하게 얽힌 ‘로봇세’는 인간과 기계, 국가와 시민의 관계에서도 여러 화두를 던지는 복잡한 주제다. 인류 사상 가본 적 없는 길, 어떻게 갈 것인지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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