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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왼손 검지ㆍ약지 길이가 다르면 레즈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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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에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더 많이 노출되면 동성애자 성향 높아”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며 왼손을 들고 있다. 남성의 손은 일반적으로 검지보다 약지가 긴 경향을 보이며 이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더 많이 노출된 증거로 간주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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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여성은 손가락에서 검지와 약지의 길이가 비슷하고, 남성은 약지가 더 긴 경향을 보인다. 여성이 왼손의 검지와 약지의 길이가 큰 차이가 날 경우에는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섹스대 심리학과 투스데이 와츠 연구팀은 국제성연구학회 학술지 ‘성 행동 기록’ 최신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한 명은 이성애자, 다른 한 명은 동성애자인 여성 일란성 쌍둥이 18쌍을 연구한 결과 평균적으로 동성애자의 왼손 검지와 약지 길이가 달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쌍둥이 가운데 동성애자의 성향을 띠는 건 자궁 내에서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에 더 많이 노출된 결과라고 원인을 추론했다. 뇌와 생식기, 손이 형성되는 임신 8주에서 14주 사이 태아가 테스토스테론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와츠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만큼 성 지향성이 서로 다르다면 유전자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는 성 지향성이 자궁 내에서 상당 부분 결정되고, 신체가 남성 호르몬에 노출된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양성애 또는 동성애 지향성이 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와츠 교수팀은 성 지향성이 다른 남성 일란성 쌍둥이 18쌍의 경우도 조사했는데,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이 손가락 길이에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설대로라면 동성애자 남성 쪽의 경우 검지와 약지의 길이가 비슷해야 한다.

◇손가락 길이만으로 판단은 금물

손가락 길이와 성 지향성을 비롯한 개인의 성격을 연결하려는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남성의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길수록 더 남성적이고 공격적이며, 성관계로 임신이 될 확률도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반대로 여성은 오히려 약지와 검지의 길이 차이가 적을수록 임신 확률이 높았다. 약지가 긴 남성은 심장병에 걸릴 확률은 낮지만, 전립선암에는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연구의 결론이 항상 같지는 않다. 2000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의 마크 브리들러브 교수 연구팀은 샌프란시스코 거주 남성과 여성 720명을 조사한 결과 레즈비언 여성의 경우 검지보다 약지가 긴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반대로 2003년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캠퍼스의 리처드 리파 교수가 2,000명 이상을 연구한 결과, 이성애자 남성의 검지와 약지 길이 격차가 동성애자 남성보다 훨씬 컸고 여성의 경우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간 눈에 띄는 격차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손가락만으로는 성 지향성을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분명 연관성은 있지만 개인의 성향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초로 손가락 길이와 호르몬의 연관성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리버풀대 존 매닝 교수는 “손가락 길이는 성별 차이보다 인종별 차이가 더 크다”며 “남성과 여성보다 폴란드인과 핀란드인의 차이가 더 많이 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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