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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가정집 폐기물로 몸살 난 버스정류장 쓰레기통…한 밤 양심도 함께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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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19일 오전 6시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버스정류장 옆에 마련된 쓰레기통. 갖가지 쓰레기로 들어찬 이 쓰레기통 위에 놓인 큰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한 치킨 브랜드명이 적힌 포장지에는 누군가가 집에서 먹고 남은 듯한 치킨 뼈와 상자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이 쓰레기 더미 옆에는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빈 통과 수저들도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상태였다. 이곳에 마련된 쓰레기통은 버스를 타기 전 커피 컵 등을 수거하기 위해 설치됐지만, 인근 주민들의 가정용 쓰레기 집하소로 전락해 버렸다.

이처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 곳곳이 무단으로 투기된 생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일회용 종이컵 등을 수거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버스정류장 쓰레기통마저 아무렇게나 버려진 생활 쓰레기들로 가득 차는 등 시민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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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상아탑으로 여겨지는 대학가 인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8일 오후 11시께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연세대학교 인근 원룸촌. 18일 오후 심지어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도 각종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나마 쓰레기 수거 업체에서 수거를 할 수 있도록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한 것들은 양심적인 편이었다. 각종 빈 박스와 알루미늄 호일 등 생활 폐기물은 물론 고장난 청소기까지 박스에 마구잡이로 담겨 버려진 쓰레기도 볼 수 있었다.

이곳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성모(26)씨는 “매번 분리수거를 하고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생활 폐기물을 모아 버리는 것이 번거로울 때가 있다”면서 “이틀 정도 모인 쓰레기들을 일반 봉투에 담아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한다”고 말했다. 성씨는 “어차피 길거리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공공재 아니냐”면서 “불법 투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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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날이 밝은 오후 시간대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쉬운 심야시간대에 주로 발생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주민들이 수거 업체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가기 직전인 새벽시간대(자정~오전 5·6시)에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무단으로 투기하고 있는 것.

각 지자체에서 쓰레기 불법 투기에 대해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쓰레기량이 많은 탓에 적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쓰레기 수거 업체들 역시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만 수거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해 봤지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불법 투기 쓰레기들에 두손 두발 다 든 상태다. 한 쓰레기 수거업체 직원은 “비양심적으로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불법 투기된 쓰레기들을 수거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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