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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왕세자 갈아치워라” 카슈끄지의 비극 일파만파… MBS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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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말 카슈끄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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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망명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사우디 당국이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이어지면서다. 취임 후 사우디와 줄곧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카슈끄지가 죽었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런 것 같아 보인다. 매우 슬픈 일”이라고 답했다. 사우디 당국이 카슈끄지의 죽음에 연루돼 있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매우 가혹할 것이다. 대단히 나쁜 일이다”라고 답했다. 진상규명이 먼저 필요하다며 “상황을 지켜보자”고 선을 긋긴 했지만,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이제껏 가장 강경한 수준이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보고를 받고 나서 입장이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6~17일 사우디와 터키를 연이어 방문해 살만 사우디 국왕 등 양국 지도부와 카슈끄지 사건을 각각 논의하고 이날 귀국했다.

터키 일간 예니샤파크 등은 지난 17일 카슈끄지 살해 당시 상황을 담았다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오후 1시 무렵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요원들에게 붙들려 구타·고문·살해당하는 내용이 묘사됐다. 예니샤파크 등은 당시 상황이 녹음된 오디오를 청취한 터키 고위 관리의 전언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사우디 당국이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의혹은 사건 초기부터 강력하게 제기됐다. 녹취록이 나오면서 심증은 더 굳어지고 있다.

사우디 지도부도 “카슈끄지 사건과 일절 관계없다”던 입장에서 벗어나 ‘희생양’ 찾기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사우디 왕실이 아메드 알아시리 소장에 책임을 덮어 씌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내부 소식통을 인용했다. 알아시리를 내세워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 쏠릴 화살을 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 실세로 떠오른지 오래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책임을 피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무함마드의 최측근인 알아시리 장군이 왕세자의 지시를 오해했다는 식의 변명을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비판 여론을 가라앉히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채텀하우스 중동담당 연구원 나일 퀼리엄 박사는 17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미국과 유럽은 리야드에 수사 이상의 외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적었다. 사우디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부에서 이어지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향후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타르 단교, 예멘 내전 등 무함마드가 진두지휘한 외교 정책들 다수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카슈끄지 사태까지 겹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 왕실과 가까운 사이인 한 현지 은행가의 말을 인용해 “무함마드 왕세자에 반대하는 유력 인사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출신 중동역사학자인 마다위 알라시드 런던정경대 방문교수는 “왕세자를 교체해야 한다”며 살만 국왕의 결단을 촉구하는 글을 18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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