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인도, 힌두사원 女관람객 출입 두고 찬반 ‘폭력충돌’…‘미투’ 전선확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지난 14일 인도 뉴델리에서 사바리말라 사원의 여성 출입 관련 특별법을 요구하는 여성단체들의 시위가 열렸다.[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수파들, 돌 던지며 여성의 사원 입장 막아

“인도에서는 법보다 신앙이 중요”

종교 규율과 여성 인권 대립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뒤늦게 ‘미투 운동’이 번지고 있는 인도에서 이번에는 여성의 사원 입장 문제를 놓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유명 힌두교 사원의 가임기 여성 출입을 허용했지만 힌두교도들은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여성의 입장을 막았다.

17일 인도 남부 케랄라주(州)의 사바리말라 사원에서는 여성의 출입을 막기 위한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인도 대법원은 사바리말라 사원의 여성 출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바리말라 사원은 생리하는 여성은 불경하다는 믿음으로 10~50세 여성의 출입을 금지해왔다.

판결이 나온 이후 이날 처음 문 사바리말라 사원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사원에 진입하려는 버스에 돌을 던지고 여성 신도가 탄 자동차 앞유리를 부쉈다. 일부는 여기자를 향해 발길질을 하기도했다. 시위대 중에는 다수의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케랄라 주정부는 사원 주변에 수백명의 중무장 경찰을 배치했다. 경찰은 시위대 30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이튿날에도 시위대들은 뉴욕타임스(NYT) 여기자를 향해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여성들을 위협했다. 현지 일간지 더힌두에 따르면 사바리말라 사원 사제의 가문에서도 여성들이 전통을 존중해 사원에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극한 대립 속에 사원 인근 상점, 학교 등은 문을 닫았다. 사원 인근 호텔 직원은 “택시 기사들이 안전을 걱정해서 아무도 사원에 가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지난 17일 사바리말라 사원 주변을 지키는 인도 경찰들[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NYT는 사바리말라 사원이 진보적인 사법 제도와 오랜 보수적 문화 사이의 격전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우파인 여당 인도국민당(BJP)도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힌두교 민족주의 우파 단체(RSS) 소속 데비다스 세투마드하반은 “인도에서는 신앙이 법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올해도 10대 소녀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성폭행이 사회 문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달들어 뒤늦게 미투 운동이 번지면서 여성 인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성희롱으로 도마 위에 오른 M.J. 아크바르 외교부 부장관이 최근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도 정부가 성희롱 관련 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여성단체들이 현행법이 만연하고 있는 성희롱 문제를 다루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데 따른 것이다.

ssj@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