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택시 승차거부 신고’ 직접 해보니…“원스트라이크 아웃보다는 좋게 넘어가시죠?”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택시 승차거부 관련 자료사진.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택시기사, 문 잠근채 행선지 듣고 승차거부

-서울시 관계자, 재교육 등 ‘무난한 처리’ 요구

-시민들 “‘택시업계 파업’에 냉담한 이유” 지적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택시 회사에 기사 재교육을 지시하고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요?”

택시 승차거부 조사를 마치고 연락해온 서울시 관계자는 ‘무난한 처리’를 제안했다. 택시 승차거부를 당하고, 열흘 남짓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전화해온 서울시 관계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택시 승차거부시 10일간 영업자격 정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좋게 넘어가는 것이 어떻냐’고 덧붙였다.

승차거부를 당한 것은 지난 9월 중순 늦은 밤시간대. 장소는 잠실역 인근이었다. 번화가 골목길에서 운행중인 택시를 잡았는데, 문이 잠겨진 상태였다. 택시기사는 조수석 창문을 열고 행선지를 물어왔다. 강북의 한 대학 앞을 이야기하자, 택시기사는 말없이 창문을 닫았다. 이 택시는 잠실역 인근에 위치한 운수회사 소속이었다.

헤럴드경제

다산콜센터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승차거부 신고 접수를 받고 있다. 승차거부 당시 사진과 동영상과 함께 정황에 대한 설명을 받는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곧바로 차량번호와 택시회사 이름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고, 다산콜센터(120)에 불편 신고를 접수했다. 다산콜센터에서는 승차거부 당시 동영상이나 사진이 있었는지 여부를 물었다. 또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고 당시 정황을 8가지 항목으로 나눠서 서술할 것을 요청했다. 상담원은 “불편 신고접수를 위한 필수사항”이라고 했다. 육하원칙에 맞춰서 10분가량 당시 상황을 꼼꼼히 기술해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오랜시간 뒤에 걸려온 전화로 무난한 처리를 종용하는 서울시 직원의 말에 힘이 빠졌다.

택시업계의 승차거부와 불친절에 불만을 갖는 시민여론은 여전하다. 출퇴근 시간과 늦은 오후께 승객을 골라태우는 일들이 빈번하고, 단거리 운행에는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도 상당하다.

1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관련 교통 불편 민원 접수 1만8651건 중 불친절로 인한 민원은 7133건, 승차거부로 인한 민원은 5121건에 달했다. 민원 상당수가 불친절과 승차거부에서 발생했다.

택시기사들은 이같은 문제가 법인택시 ‘사납금 제도’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승객들이 납득하기는 어렵다. 이번 택시파업에서 시민들의 여론이 나빴던 것도 이같은 이유였다.

직장인 이예민(30) 씨는 “행선지 등에 따라서 대놓고 승차거부를 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택시업계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다”면서 “시민들이 택시기사들의 주장에 동조할 수 있는 환경인지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직장인 최모(28) 씨도 “오전 출근시간 바쁠 때는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면서 “오전 7시가 넘어가면 택시기사들이 시내로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산콜센터를 통해 교통 불편 민원신고를 받고 있다. 승차거부의 경우 1번이라도 적발될 경우 10일간 영업정지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같은 민원이 제대로 처리되는지는 의문이다.

취업준비생 강모(29) 씨는 “승차거부가 이뤄지는 급박한 시간에 다산콜센터가 요구하는 승차거부 접수 요건을 다 채우기도 힘들고, 처리에도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고 했다.

민원이 처리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민원이 접수된 경우 자치구 교통위원회가 이를 처리한다. 택시기사가 위반행위를 인정하면 10일 내 민원처리가 이뤄지지만, 불인정할 경우에는 자치구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심의위 결과가 나오는 데는 최대 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카카오 측은 이같은 승객 불편을 사유로 들어서 카풀 서비스를 계획했다. 출퇴근 시간대 승객들이 택시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9월 20일 오전 8∼9시 사이에 서울ㆍ인천ㆍ경기 지역 카카오 택시 호출이 총 20만5000여건 발생한 통계를 예시로 제시했다. 호출이 진행된 택시 중 실제로 택시가 호출을 받은 건수는 3만7000건에 불과했다. 상당수 택시기사가 호출 요청을 받고도, 행선지 등 이유에 따라 콜을 받지 않은 탓이다.

zzz@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