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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재부, KDI의 최저임금 쇼크 경고 묵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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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인상을 시행하기 전 "영세 사업체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책 권고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기재부는 이런 보고를 받고도 올해 5월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최저임금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하기 전까지 최저임금이 일자리에 준 충격을 철저히 부인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집하는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국책기관의 경고마저 묵살한 셈이다.

18일 본지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실태조사 및 혁신과제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KDI는 기재부에서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작년 12월 11일부터 29일까지 3주 동안 종업원 4명 이하인 영세사업체 1000곳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그 결과를 기재부에 보고했다.

조사에 응한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2018년 인상률 16.4%)에 대한 의견을 묻자 49%가 '대책 없음'이라고 답했고, '감원'(26.3%)과 '신규 채용 축소'(20.7%)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사업체의 47%가 인력을 줄이거나 더 뽑지 않겠다고 했고 나머지 절반은 대책이 없다고 한 것이다. KDI는 이런 응답에 근거해 기재부에 "영세 서비스 사업체들이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에서 이 정도로 강력한 경고가 올라오면, 기재부도 이를 수용해 정책을 보완하거나 수정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이 일자리 지표 악화로 나타날 때까지 이를 부인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4월 16일까지도 "(2~3월 취업자 증가 숫자가 부진한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었다. 임시 일용직과 자영업 일자리가 급격히 줄면서 5월 고용지표마저 악화되자 그제야 "여러 연구소에서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찾기엔 시간이 짧지만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서 영향이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부는 지금도 공식 발표 자료에는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 충격'은 언급하지 않는다. 전직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기재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에 토를 달지 못하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 만연해 있어 큰 문제"라고 했다.



김태근 기자(tgkim@chosun.com);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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