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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교황 "김정은, 공식 초청장 보내주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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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北의 초청 뜻 전달

문재인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각) 바티칸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구두(口頭)로 밝혔다는 평양 초청 의사를 교황에게 전달했고, 교황은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교황은 "나는 (북한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 윤 수석 설명이다. 청와대는 교황이 방북(訪北)할 경우 언제 방문할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제가 9월 평양 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 의사를 받았다"고 했다.

김정은의 교황 방북 초청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김정은에게 교황 방북을 제안했고 여기에 김 위원장이 환대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김 위원장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다.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교황은 또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18일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은 바티칸 교황궁에서 통역을 제외한 배석자 없이 38분간 단독 면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청와대 측은 "교황과의 만남은 배석자가 없는 게 원칙이지만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자가 가끔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통역은 교황청에 파견된 대전교구 소속 한현택 신부가 맡았다. 청와대는 "원래 교황과의 면담은 비공개가 관례지만 바티칸과 협의를 거쳐 면담 주요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선 "만나 뵙게 돼서 반갑다"며 문 대통령을 맞았다. 문 대통령도 교황에게 "저는 대통령으로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며 "이렇게 교황님을 뵙게 돼서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교황에게 "지난 1년간 한반도 문제에서 어려운 고비마다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고 또 새겼다"며 "그 결과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 및 위안부 할머니, 꽃동네 주민 등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한국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그동안 교황께서 평창올림픽과 정상회담 때마다 남북 평화를 위해 축원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고 전하자, 교황은 "오히려 내가 깊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문 대통령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했고, 이후 교황청 한국대사관저에서 파롤린 국무원장과 만찬을 했다.

문 대통령은 만찬에서 "한국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는데 성의를 다하면 하늘도 움직인다는 뜻"이라며 "오늘 미사에서 평화에 대한 갈구와 간절함이 한데 모였다는 생각과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군인과 무기를 철수하고,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제 판문점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 예방을 마치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이탈리아를 떠나기 직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교황님의 (북한) 방문은 한반도를 가른 분단의 고통을 위로하고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내고 "한반도에 여전히 존재하는 갈등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계획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文대통령, 교황에게 받은 선물은? 교황 “공식 초청장 오면 방북”

[바티칸시티=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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