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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D프린터로 뽑은 귀, 반도체칩 심은 뇌 …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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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까지 SF2018 미래과학축제

시속 40㎞로 달릴 수 있는 부츠

맞춤형 인공장기 이식 영상 선봬

중앙일보

스마트 의족을 착용한 무용수 에이드리언 데이비스(왼쪽)가 2014년 TED 콘퍼런스에서 파트너와 춤을 추고 있다. 보스턴 테러로 다리를 잃은 그녀는 MIT가 개발한 의족으로 꿈을 잃지 않게 됐다. [사진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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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프로 무용수 에이드리언 데이비스(37)는 다리가 하나 밖에 없다.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을 구경하다 폭탄테러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다리와 함께 그녀의 꿈도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1년 뒤 그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콘퍼런스 무대에 등장해 춤을 췄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생체공학 전문가인 휴 헤어 교수가 개발한 스마트 의족이 그녀의 꿈을 되살려 낸 것이다. 사고 3년 뒤 의족을 단 그녀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출발 10시간 만에 42.195㎞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21일까지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SF2018 미래과학축제 겸 전시회 ‘포스트 휴먼 인간, 그 이후’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다. 축제는 공상과학(SF)을 통해 인류의 멸종과 진화를 얘기한다. 발명가 카호헤 시모어가 만든 바이오닉 부츠는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를 보여준다. 탄소섬유로 제작한 이 부츠를 신으면 누구나 시속 40㎞로 달릴 수 있다. 시모어는 “캥거루가 점프하는 방식에서 착안해 부츠 개발을 시작했다”며 “200차례에 걸쳐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했다”고 말한다.

윤아연 과천과학관 연구사는 “인간 다시 말해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하는 방향을 들여다보고 고민할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로 찍어낸 인공장기 전시관도 눈길을 끈다. 3D 프린터로 찍어낸 인공눈은 얼핏 보면 진짜 눈과 구별하기 어려웠다. 인공장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병원에선 3D 프린터로 제작된 맞춤형 두개골 함몰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촬영한 설계대로 3D 프린터로 티타늄을 쌓아 인공 두개골을 만드는 방식이다.

과학계에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살아있는 신체조직을 찍어내는 연구가 활발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살아 있는 세포로 신체조직을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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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살아 있는 귀를 찍어냈다. [사진 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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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토끼의 연골세포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을 섞어 바이오 잉크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3D 프린터로 귀 모양의 연골을 출력했다. 이를 생쥐에 이식한 결과 연골 조직은 두 달 뒤에도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주변 혈관도 귀 모양 연골 조직으로 뻗쳤다.

강현욱 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3D 프린터로 귀 연골 조직을 인쇄할 때 내부에 미세 통로를 만들어 영양물질과 산소가 공급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조직 내부에 인조 혈관을 만드는 3D 프린팅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체조직 3D 프린팅 기술이 상용화에 접어들 경우 잃어버린 신체 조직을 이식하는 SF 영화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하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은 인간의 뇌 구조를 흉내 낸 반도체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IT 기업 인텔과 IBM은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IBM은 2014년 인간 두뇌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트루 노스(True North)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트루 노스는 54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결합한 칩이다. 이를 통해 104만여개의 디지털 뉴런(신경세포)과 2억5600만개의 디지털 시냅스(신경세포 연결 부분)를 구현했다. 트루 노스는 도로 위 사람과 자동차 등을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공지능 기술은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SF는 포스트 휴먼을 두 가지로 그린다. 그 시선은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린다.

박상준 한국SF협회장은 “생물학이나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며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사라질 경우 ‘포스트 휴먼’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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