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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을 세우되 사람이 상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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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취임 원불교 전산 종법사

경향신문

다음달 4일 취임하는 원불교 전산 종법사가 18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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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사께서 시킨 대로 하겠지만

여성 교무 결혼 등 변화는 수용

잘못까지도 품고 나아갈 것

통일시기 다가오는 듯한 생각”


한국에서 탄생해 100여년 만에 국내 4대 종단으로 성장한 원불교는 최근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지난달 18일 최고지도자인 종법사에 전산 김주원 종사(70)가 새로 선출됐고 지난 10일에는 행정을 총괄하는 교정원장과 기강을 담당하는 감찰원장이 모두 교체됐다. 모두 임기만료에 따른 교체였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현 경산 종법사는 12년 임기(연임)를 꽉 채웠다. 교정원장과 감찰원장 역시 3년 임기 동안 흔들림이 없었다.

다음달 4일 취임을 앞둔 전산 종법사는 18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생 부족하다고 생각해와 이 자리에 앉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아직도 이 자리가 내게 맞는 자리인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전산 종법사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65년 원불교에 입문한 뒤 1967년 출가했다. 이후 원불교에서 총무부장, 경기인천교구장, 교정원장, 중앙중도훈련원장 등을 지냈고 2006년부터는 영산선학대학 총장을 맡아왔다.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 2세 정산 송규 종사(19년 재위), 3세 대산 김대거 종사(33년 재위), 4세 좌산 이광정 종사(12년 재위), 5세 경산 장응철 현 종법사(12년 재위)에 이어 6번째 종법사가 된다.

전산 종법사는 총무부장과 교정원장 시절 ‘엄격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원칙을 중시하고 규칙을 예외 없이 적용했다. 이날도 ‘종교의 위기, 교도의 노령화에 대한 대책’ 등을 묻자 “교단은 대종사께서 세우신 본의에 따라 원칙대로 가야 한다”며 “늦든지 빠르든지 대종사께서 시키신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 역시 수용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특히 여성 교무의 결혼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며 임기 중 허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전산 종법사는 “대종사께서 결혼하지 말라고 하신 적은 없으나, 그동안 더 급한 일이 있어 여성 교무들이 희생을 하신 것”이라며 “100년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교단도 그런 면에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산 종법사는 또 “법을 세우되 사람이 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원불교 총무부장 시절 엄정하게 법을 적용하는 데만 몰두했다가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이어 “불의를 쳐서 세우는 정의는 오래가지 못한다”며 “불의를 안아서, 그 불의가 정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오래간다”고 말했다. 다만 이 발언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와 연결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전산 종법사는 “정치는 정치의 할 일이 있고, 종교는 종교가 할 일이 있다”며 “우리는 잘못까지도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전산 종법사는 “예전에 정산 종사는 ‘남과 북이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질 때 통일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요즘 보니 그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 따뜻한 기운이 일시에 몰려온다”며 “세상의 기운이 바뀌는 것도 꼭 이렇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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