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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국GM, '법인분리 강행'에 노사 갈등 심화…산은 "비토권 행사 검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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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국지엠이 연구개발(R&D)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시키기 위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18일 국회에서 김재홍 지엠 군산지회장 등 노조원들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법인분리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비토권을 행사할것을 요구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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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둘러싼 한국GM 노사 갈등이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법원이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19일 법인분리를 위한 주총은 예정대로 진행되게 됐다. 이에 노조는 파업으로 맞대응할 것이란

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은 지원의 대가인 경영정상화에 나서기는커녕 불법 회사 쪼개기를 선언했다”며 법인 분리 움직임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법인이 분리되면 경영이 어렵다는 핑계로 공장을 닫고 노동자를 해고할 것이다. 결국 GM은 연구개발노하우와 자산만 챙겨 한국을 떠날 것”이라며 "주총을 강행해 법인을 분리한다면 즉각적인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베리 앵글 GM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GM에 대한 5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투자 계획과 더불어 법인분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R&D 부문 법인 분리를 통해 다양한 차종을 개발할 경우 국내 연구개발 센터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인천 부평 본사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 부서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 10명 가운데 산업은행 측 이사 3명이 반대했으나 표결을 거쳐 안건이 통과됐다.

그럼에도 노사 갈등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15일에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직접 나서 법인분리의 정당성을 전하기도 했다. 카젬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GM코리아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 설립은 우리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도약이자 GM의 글로벌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한국GM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노사가 더욱 강하고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한 팀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조는 법인분리를 강행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의 법인분리가 국내시장 철수를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지난 15∼16일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전체 조합원 가운데 78.2%가 찬성한 바 있다. 투표권 있는 조합원 수 대비 찬성률이 50%를 넘긴 만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할 경우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는 사측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전날 인천지법은 산은이 한국GM을 상대로 낸 주총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앞으로 주주총회 결의에 대해 본안소송을 제기해 그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게 가능하지만 채무자인 한국GM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사실상 불복할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다”면서 “이번 가처분 신청은 그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한국GM은 19일 오후 2시 주총를 개최하고 법인분리 관련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주총에서 비토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인천지방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한국GM이 현재와 같이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법인 분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일 예정된 한국GM 주총에서도 충분한 설명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주총 결과를 지켜본 후 후속 법적대응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법인분리가 비토권 행사 대상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산은과 한국GM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국GM은 정관에 명시된 '주총특별결의사항' 17개 가운데 법인분리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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