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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고양 저유소' 언제 불나도 안 이상했다…화재위험 상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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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운용도 '부실'…인화방지망 납품업체까지 수사

연합뉴스

틈 벌어진 '유증 환기구'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폭발화재가 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휘발유탱크가 불이 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18일 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내고 화염방지기가 유증환기구 10개 중 1개에만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염방지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액체나 기체를 방출하는 시설에 설치해야 할 의무가 규정된 화재 예방 장치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2014년에 이미 미비사항에 대해 지적을 한 차례 받았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고 저유탱크의 유증환기구 10개 중 9개에는 화염방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증환기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도 망이 찢어지거나 틈이 벌어지고, 나사가 풀려 있는 등 부실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탱크 주변의 안전 관리도 부실해 불이 붙을 수 있는 가연성 물질을 제거해야 함에도 풀을 깎은 뒤 그대로 둬 건초 더미를 방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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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건초더미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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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근무 시스템도 부실한 안전관리의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가 난 지난 7일은 휴일로, 당일 근무자는 총 4명이며 그중에서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통제실에서 근무한 인원은 1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해당 근무자는 당시 유류 입출하 등 다른 업무를 주로 하고 있어, 비상상황 통제 인력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었다.

또한 통제실에 설치된 CCTV 중 화재 등 감시용은 25개인데, 각 화면이 작아서 잔디의 화재 사실 자체를 인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탱크 내부에서 이상이 생겼을 시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어, 사실상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의 감시 시스템은 없었던 셈이다.

화재는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께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폭발이 일면서 발생했다.

저유소 뒤편 터널 공사 현장에서 A(27·스리랑카)씨가 날린 풍등이 휘발유 탱크 옆 잔디에 추락하면서 잔디에 불이 붙었고 이 불이 저유소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석유 260만 리터가 불타 4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화재 진화에만 17시간이 소요됐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진행하며 다른 지역의 저유소와 시설을 비교하고, 인화방지망과 화염방지기 납품업체에 대한 수사도 병행했다.

또 앞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관계자 등 5명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시설과 안전 관련 자료 27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더욱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 등 관계기관과 2차례에 걸쳐 합동 현장감식을 실시, 다각도로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풍등을 날린 A씨의 중실화 혐의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위험발생 예견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송유관공사의 부실관리 혐의에 대해 전문가 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자료를 분석하는 등 철저히 수사하겠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미비한 제도의 개선까지 제안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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