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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내가 게임 진 이유가…” 불법 조작 프로그램 덜미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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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프로그램 개발ㆍ판매 일당 11명 적발
한국일보

1인칭 슈팅 게임에서 오토에임 기능이 포함된 불법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장면. 서울 양천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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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제 캐릭터를 볼 수 없는 위치에서 정확하게 총을 쏴 (제 캐릭터를) 죽인다니까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1인칭슈팅게임(FPS) ‘배틀그라운드’ 유저(이용자) 강병규(29)씨는 게임을 하다 수상한 순간을 마주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영문도 모른 채 게임에서 연달아 진다. 알고 보니 강씨의 상대방은 일명 ‘월핵(게임상 지형지물을 투명하게 만들어 상대방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과 ‘오토에임(적을 자동 조준해주는 기능)’이 가능한 불법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다. 강씨는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게임회사에 매번 의심 신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사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임회사가 설정한 조건에 맞춰 동등한 상황에서 오로지 실력만으로 게임을 즐겨야 하는데, 조작 프로그램이라는 편법으로 쉽게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늘면서 유저들이 이탈하고 있어서다. 넥슨, 카카오게임즈 등은 이로 인한 손해가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들 회사는 해당 불법 조작 프로그램의 진원지를 파악해달라고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 양천경찰서는 해당 불법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판매한 일당 11명을 붙잡았다. 이 중 불법 조작 프로그램 판매총책 이모(24)씨와 프로그램 판매사이트 운영자 김모(21)씨 등 3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게임산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프로그램 개발자인 김모(19)씨 등 7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게임 유저 약 8,724명에게 불법 게임 조작 프로그램 이용료 2만(1주일)∼30만원(1개월)을 받는 식으로, 총 6억4,000만원 상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판매한 프로그램은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6개월간 서울 대구 광주 등지의 원룸 등에서 직접 개발하거나 중국 개발자로부터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게임 유저 대부분은 해당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게 불법인지 알고 있다”며 “이런 행위가 국내 게임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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