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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동네 친구 생겨""여자만 골라태운다" 카풀 후기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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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카풀 관련 이미지. [사진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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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자들은 ‘카카오 카풀’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 자신들의 생존권 침해 우려를 들면서 동시에 카풀이 택시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택시와 달리 카풀은 자격 요건으로 성범죄자 등 전과자들을 거를 수 없고, 각종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커 택시보다 좋지 않은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카풀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택시와 비교했을 때 카풀의 장단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카카오가 인수한 카풀 애플리케이션인 ‘럭시(LUXI)’와 ‘풀러스(Poolus)’ 이용자들의 1년여간 후기를 모두 살펴봤다.

저렴한 가격(현재 택시 요금의 약 70%)은 카풀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주된 요인이다. “택시보다 저렴하게 좋은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은 사용자가 많았다. “택시와 달리 야간할증이 없어 좋다”는 후기도 있다. 하지만 할증 여부는 각 회사의 정책이다. 풀러스의 경우 “심야요금이 적용되니 오히려 시외할증과 야간할증 붙는 택시 쪽이 저렴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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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같은 경로로 이동하는 경우 택시비(왼쪽,카카오 택시)과 카풀 가격(오른쪽,LUXI)을 비교해 봤다. 카풀 가격이 4000원 이상 저렴하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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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기사와 고객이 아닌, 같은 여정을 공유하는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대하려 하기 때문에 차 안에서의 시간이 즐거웠다는 평가도 많다. 이용자들은 “혼자 쓸쓸하게 퇴근해 좀 우울했었는데 이제는 신나게 퇴근한다” “친한 친구가 회사 앞에 데려다주는 기분이다” “출퇴근길이 설렌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한 이용자는 “제가 이직하고 싶은 직장에 다니는 분 차를 타게 됐는데, 이것저것 여쭤볼 수 있었다.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도 했다.

“카풀로 동네 친구가 생겼다”는 이용자도 있다. 출발지가 비슷한 드라이버와 라이더가 만나는 구조다 보니 알고 보면 ‘이웃사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집 이웃과도 친해질 여유가 없었는데 카풀로 옆 동네 친구도 사귀고 친해져 좋다” “동네 형이 생겼다” “일상에서 인맥을 늘릴 일이 없었는데, 인맥 늘리기가 쉬워졌다”는 후기다.

다양한 차를 타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탈 때마다 새로운 차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비싼 차를 많이 타 볼 수 있었다” “(카풀을 이용하면) 두 세 번에 한 번은 외제차를 타는 것 같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후기다. 한 드라이버는 후기에 “1억원이 넘는 내 차에 내 기름 넣고 하는 일이지만 말동무하려고 카풀을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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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톡 카풀 어플리케이션이 소비자에게도, 교통생태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사진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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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으로는 드라이버와 라이더의 ‘매칭’이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라이더의 입장에서 차가 잘 안 잡힌다는 얘기다. “전날부터 예약해도 잡히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을 깐 지 몇 달째인데 간신히 두 번 타봤다” 등이다. 럭시의 경우 라이더용 애플리케이션은 50만명 이상 다운로드 받았지만, 드라이버용 애플리케이션은 다운로드 수는 10만여 회다.

택시처럼 직업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책임감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는 일이 잦다는 점도 단점이다. “매칭 후 드라이버가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려 출근시간에 40분이나 늦어버렸다” “드라이버들 대부분 너도나도 여정 취소에, 10분씩 늦는 건 거의 당연한 일인 것 같다”는 불쾌한 경험들이 보였다.

처음 보는 사람 차를 얻어타는 경험은 사람에 따라 불편함과 어색함이 될 수 있다. 한 이용객은 “차 안에 둘만 있는데, 대화를 피할 수도 없고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차를 부르기 전에 애플리케이션으로 '뒷자리 앉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눈치 안 보고 쾌적하게 갈 수 있었다”고 한 이용자도 있다. 럭시 애플리케이션은 차를 부르기 전에 ‘운전자와 함께 앞자리 앉기’ ‘편안한 뒷자리 앉기’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운행 조건으로 ‘즐거운 대화하기’ ‘조용히 가기’ ‘좋은 음악 듣기’ 등을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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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기존 콜택시 어플리케이션처럼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한 뒤 어떤 자리에 앉을지, 어떤 분위기를 원하는지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 럭시(LUXI) 어플리케이션 이용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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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을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 카풀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걱정도 있다. “(카풀 드라이버 중에)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여자만 태우고 어찌저찌 연락해보려는 사람만 많은 것 같다” “남자 드라이버들 개인적으로 연락오는 것 좀 어떻게 안 되느냐”는 후기가 눈에 띄었다. 남자 드라이버가 여자 라이더만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승차거부’를 당했다는 남자 라이더도 있다. “매칭이 돼도 남성임을 확인하면 취소해버리더라. 손님 골라 태우기랑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가장 큰 우려인 ‘위험성’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한 이용자는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런 조언을 남겼다. “카풀을 이용하면 택시운전사보다 훨씬 매너 좋은 드라이버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목숨의 위협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드라이버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의 상황을 겪었는데, 이에 대해 연락하거나 해결중재를 요청할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고 트라우마만 남았습니다. 가격 저렴하고 몇 번 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리스크는 본인 몫입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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