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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짐승을 쳐도 멈추는데..." 눈물 마른 유족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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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사고로 막내 딸 잃은 가족
-경찰 사고 당시 CCTV 확보에 주력
-지난해 뺑소니 사고로 150명 사망


파이낸셜뉴스

서울 송파경찰서는 18일 송파구 가락시장사거리 수서 방향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뺑소니 사망사고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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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을 마치고 돌아온 유가족들은 울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맴돌 뿐이었다. 고 김경진씨(21·여)는 지난 13일 토요일 밤 9시 10분께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사거리 수서 방향 횡단보도 인근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사고 충격으로 18m 가량 날아갔다.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가족들이 도착했을 때 일어나지 못했다.

■단서는 헤드라이트 조각뿐..용의자 추적 중"
지난 17일 오후 늦게 사고현장에서 200m 떨어진 한 카페에서 유가족을 만났다. “어제가 발인이었어요.” 경진씨 어머니 윤남림씨(54)가 조용히 말했다. 윤씨는 “경진이가 다음 주 일본에 간다고 비행기표도 예약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꼭 하루 가볼 거라고 했다”며 “사고 전날 파마까지 했다”고 말했다.

“짐승을 쳐도 사람이 멈추는데, 어떻게 사람을 쳐 놓고…….”라고 말을 잇지 못한 아버지 김신성씨(58)는 텅 빈 눈으로 천장만 봤다. “그토록 착한 애가 그렇게 된 게 더 억울하다. 애통하다.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유가족들이 커피 잔을 들자 테이블에 물 자국이 남았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남은 물자국만 손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왕복 8차선 대로변에서 벌어진 사고지만 뺑소니 용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CC(폐쇄회로)TV가 있었지만 사고 현장을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설치돼 있었다. 단서는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헤드라이트 조각뿐이다. 현재 목격자를 찾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현재까지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목격자와 CCTV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과에 형사과 강력팀도 합세해 경찰 20여명이 용의자 추적 중”이라며 “반드시 잡겠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당시 경진씨가 입은 의복도 보냈다. 검은색 제니시스 혹은 말리부를 용의자 차량으로 두고 수사 중이다.

■현행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대다수 집행유예
경찰청의 ‘2018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뺑소니 사고는 7880건이다. 사망자 수는 150명, 부상은 11429명이다. 검거율은 97%로 매해 높아지는 추세다.

뺑소니는 가중처벌 대상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 피해자가 상해에 이르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벌금에 처한다.

문제는 뺑소니 사고 후 법적 처벌이다. 법은 무겁지만 실제 실형 비율은 높지 않다.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뺑소니 사고로 타인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거나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도주차량 운전자)로 1심 재판에 넘겨진 3893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3.3%(519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64.5%(2512건), 벌금형이 16.4%(639건)로 대부분이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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